★★★(5개 만점)
벨라루스의 유대인 3형제 실화
2차 대전 때 숲속에서 게릴라를 조직, 나치에게 저항한 벨라루스의 유대인 3형제의 실화를 다룬 액션 드라마다. 비엘스키 3형제는 나치를 피해 도주한 유대인 전사들과 일반인들과 함께 숲속에 임시 학교와 병원까지 마련된 커뮤니티를 구성, 끈질기게 나치군에 저항하면서 총 1,200명의 유대인들을 살려낸 전쟁 영웅들이다.
상당히 흥미 있는 얘기로 전쟁 액션과 인간 드라마에 형제간 갈등과 로맨스까지 곁들였는데 유감스럽게도 이것들이 잘 섞이질 못했다. 여러 주제들이 각기 따로 놀면서 장황하게 이어지는데 좀 더 짜임새 있는 구성이 아쉽다.
드라마 부분은 액션을 위한 부수적 얘기처럼 다뤄졌는데 지나치게 전쟁 액션에 포인트를 맞춰 장시간의 요란한 딱총 전투를 보는 느낌이다. 과거에 수없이 본 통상적이요 펑퍼짐한 액션 영화를 또 하나 보는 셈이다.
독일군에 가족이 몰살당한 비엘스키 3형제 투비아(대니얼 크레이그)와 주스(리에브 슈라이버) 그리고 이들보다 나이가 한참 아래인 아사엘(제이미 벨)은 숲속으로 도주한다. 투비아는 밀수꾼이요 주스는 격한 성격이며 아사엘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 이들은 나치에 협력하는 동포들을 살해하고 나치군 부대를 습격, 무기를 탈취하는 등 게릴라전을 펼친다.
이들의 소식을 들은 유대인들이 남부여대해 숲속으로 찾아온다. 랍비와 지식인과 투사 그리고 아이들과 여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투비아는 본의 아니게 이들의 지도자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숲속에서 커뮤니티를 이룬다.
투비아는 생존을 우선으로 필요 없는 살상을 반대하는 반면 주스는 행동파여서 둘간에 갈등이 인다. 이와 함께 커뮤니티의 잡다한 일상과 3형제와 각기 그들의 여인들 간의 로맨스가 묘사된다.
주스가 형을 떠나 러시안 빨치산에 합류하면서 얘기가 주스와 투비아 양쪽으로 갈라진다. 그리고 독일군이 투비아의 진영을 공격하면서 이들은 도피해 다른 곳에 ‘마을’을 세운다. 혹한이 닥치고 독일 공군의 폭격이 치열해지면서 투비아는 주민들을 이끌고 계속해 도주와 전투액션을 벌인다(투비아가 피난민들을 이끌고 늪을 가로질러 도피하는 장면이 모세의 홍해 장면을 연상시킨다).
각본의 내용과 인물의 성격묘사 등에 깊이가 없는 영웅적 행위와 희생과 전투와 마지막 구출 등 판에 박은 것들로 이뤄진 영화다. 크레이그와 슈라이버의 늠름한 자태와 좋은 연기도 빛을 못 내고 말았다. 리투아니에서의 현지 촬영과 음악은 좋다. 투비아와 주스는 종전 후 미국으로 건너왔고 아사엘은 전사했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 R. Paramount Vantage. 그로브(323-692-0829).
16일부터 전지역 상영.
투비아(가운데)가 피난민들을 이끌고 독일군을 피해 숲속을 이동하고 있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