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거꾸로 나이를 먹어가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 인생담
삶과 죽음에 관한 대하드라마
브래드 핏 연민가는 연기 일품
‘세븐’에서 함께 일한 데이빗 핀처 감독과 브래드 핏이 다시 손잡고 만든 심오하고 감정적이며 아름답고 로맨틱한 인생과 삶과 죽음에 관한 매우 얄궂은 대하드라마다.
얘기 서술과 인물과 성격 묘사 그리고 내적 색채 등이 뛰어난 컴퓨터 기술과 함께 잘 어우러진 훌륭한 영화로 상영시간 167분이 금방 지나간다. 보는 사람을 깊이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우수가 가득한 철학적 작품인데 삶과 사랑의 시간성과 행복과 젊음과 미의 덧없음 및 기회의 일시성 등을 전 세계를 돌며 이야기 한다. 핀처는 확실하고 빈 틈 없는 솜씨로 거꾸로 나이를 먹어가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담을 치밀하면서도 감정적으로 폭이 넓게 묘사했다. 삶의 희로애락의 파도에 휩쓸려 버리는 강한 느낌을 겪게 된다.
영화는 병원의 죽음의 침상에서 데이지가 장성한 딸에게 자기 연인 벤자민의 일기를 읽게 하면서 벤자민의 음성으로 과거 회상식으로 전개된다.
1차 대전 직후 뉴올리언스. 단추공장 사장 토마스 버튼은 갓 태어난 아들 벤자민의 모습이 80세 노인과 같은데 놀라 아들을 양로원 앞에 갖다 버린다. 벤자민은 여기서 양로원을 돌보는 흑인 퀴니(타라지 P. 헨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어린 아이 벤자민은 휠체어에 의지하는데 시력과 청력이 나쁘고 얼굴은 주름투성이의 머리가 빠진 할아버지 모습. 그의 주위 사람들이 모두 노인들이어서 벤자민은 이들과 잘 어울린다(영화는 죽음으로 가득하나 그것이 결코 우리를 우울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벤자민은 12세 때 양로원 식구의 빨강머리 예쁜 손녀 데이지를 만나는데 데이지는 벤자민의 평생 사랑으로 그의 감정의 구심점이 된다. 그리고 벤자민은 신분을 안 밝히는 자기 아버지와 생을 즐기는 아프리칸 피그미 친구에 의해 일찌감치 홍등가에서 육체적 쾌감도 깨닫는다. 이어 청년이 된 벤자민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쾌활한 술꾼 선장 마이크(재레드 해리스)의 예인선을 타고 러시아로 떠난다. 무르만스크에 도착한 벤자민(이 때 브래드 핏의 모습이 ‘텔마와 루이즈’에서의 모습처럼 젊고 신선하다)은 여기서 만난 귀족적인 여인 엘리자베스(틸다 스윈튼)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면서 사랑의 의미를 배운다.
2차 대전 발발과 함께 벤자민은 뉴올리언스로 귀향하면서 나치의 잠수함과 조우, 전쟁 액션을 경험한다. 종전 후 뉴올리언스에 온 벤자민은 성숙한 발레댄서가 된 데이지(케이트 블랜쳇)와 재회한다. 벤자민은 아버지가 크게 키운 단추공장을 유산으로 받아 부자가 되고 이어 데이지의 공연을 따라 뉴욕과 파리로 옮겨 다닌다.
벤자민과 데이지는 둘이 모두 육체와 정신적으로 만개했을 때 마침내 맺어지는데 이들의 뜨거운 사랑은 둘이 육체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한다는 기막힌 사정 때문에 보는 사람의 가슴을 우수에 젖게 한다. 라스트신을 보면 눈물을 흘리게 된다.
벤자민이 첫사랑 데이지와의 재회를 즐기고 있다.
음악, 세트, 의상, 촬영 등 모든 것이 뛰어난 영화로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좋다. 핏의 온화하고 연민이 가는 연기와 블랜쳇의 이기적이요 격한 연기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스윈튼과 해리스와 헨슨 등의 연기도 좋다. 제66회 골든글로브상 작품, 감독,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작. PG-13. WB. 전지역.
박흥진
hjpark@koreatimes.com
할아버지 모습의 소년 벤자민이 양모 퀴니가 보는 가운데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