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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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들의 성탄 선물

2008-12-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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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LA 미션에서는 제7회 홈리스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렸다. 그곳에 모인 홈리스들의 설교 듣는 모습이 전에는 느끼지 못한 아주 따뜻한 분위기였다. 콘서트에는 남가주 장로성가단과 나성순복음교회 어린이 합창단 등이 출연하였는데 경청하는 홈리스들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설교 중간이나 찬양이 끝난 후 기립 박수를 하고, 콘서트 후에는 한인들을 오히려 격려하며 감사를 해서 설교자나 연주자들을 아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비록 미국 경제가 어려워 집을 차압당하고 직장을 잃어버려 셸터에 들어온 홈리스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거리로 쫓겨나지 않고 셸터가 있어 감사할 일이다. 요즈음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는 서로가 격려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이 참으로 소중한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은 나면서 태어날 집이 없어 마구간에서 탄생하셨다. 예수님은 평생 가난하게 살았고 집을 가진 적이 없었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에 나는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나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큰 집을 좋아하고 너무 큰 교회만을 추구해왔다. 나도 한때는 큰 교회를 꿈꾸었지만 ‘거리의 교회’가 가장 큰 교회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예수님의 삶의 스타일은 ‘단순한 삶’ 그 자체였다. 우리는 옷장에 옷이 너무 많고 신발이 너무 많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이고 먹을 음식도 너무 많아 살 빼는 약을 먹고 운동을 해야 살 수 있지만 아직도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예수님이 왜 마구간에서 탄생하셨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얼마 전 미얀마에 다녀왔다. 그들의 삶은 너무나 비참했다. 우리는 그곳에 고아원을 세우고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10센트로 그곳에서는 한끼의 밥을 만들어 굶주린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 콘서트 중 헌금 순서가 있었다. 미얀마의 굶주린 어린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데 쓰일 것이라고 했더니 홈리스들이 모두 헌금에 참여했다. 한국의 노숙자들도 미얀마 어린이들을 위해 없는 돈에서 100원, 200원씩 헌금을 한다. 노숙자들이라고 언제나 얻어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는 노숙자들이 장기기증 서약식도 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노숙자들의 나눔 운동이 미국 홈리스들에게도 불이 붙은 것이다.

6.25 전쟁 후 폐허가 된 한국 땅에 미국인들이 들어와 학교, 병원, 고아원등을 세워 우리나라를 지금의 부유한 나라로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미국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한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봄 사이클론 나르기스 자연재해로 20여만 명이 죽고 300만 명의 수재민이 생겨났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도울 때이다. 우리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생각해 본다. 달러는 아직도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고 1달러의 소중함을 미얀마에서 더욱 느끼게 되었다.

경제가 어려워 집을 빼앗기고 직장을 잃어버려 셸터에서 생활하며 자활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한인 형제들이 성탄절을 맞아 건네준 크리스마스카드 한장이 고맙다. 그들도 미얀마에 무엇인가를 보내고 싶어 1센트짜리 동전이라도 열심히 모으고 있고 우리가 만든 페니 저금통을 홈리스들에게 열심히 나누어 주고 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귀찮은 1센트짜리 동전이 이렇게 소중하게 사용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 위해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에 홈리스들의 헌금이 미얀마 어린이들과 굶주린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좋은 선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수철
목사·소중한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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