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물 레슬러 램(미키 로크)이 혈전을 벌이고 있다.
★★★½(5개 만점)
한물간 레슬러‘마지막 결전’
할리웃의 문제아로 오랫동안 할리웃을 떠났던 미키 로크(57)의 우렁차고 멋진 컴백이다. 그와 작품의 주인공은 등식을 이루는데 완전히 때가 지난 레슬러의 마지막 결전을 위한 컴백을 그린 이 영화는 매우 엄격하고 진지하다.
또 감동적이고 감정적이며 우습고 생의 철학이 가득한데 일절 군더더기를 제거해 팽팽한 힘줄만 보인다. 검소하고 명백하며 활기차고 기본적인 훌륭한 작품으로 로크와 그가 사랑하는 여인 역의 마리사 토메이가 명연, 각기 이번에 골든글로브 주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레슬링 경기가 너무나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끔찍하다는 점을 경고한다.
램이라 불리는 랜디 로빈슨(로크)은 전성기가 20년은 지난 레슬러. 긴 노란 물감들인 머리칼과 반점 투성이의 부풀어 오른 얼굴 그리고 스테로이드로 터질 것처럼 근육질인 몸을 한 램은 짜고 하는 싸구려 레슬링 경기에서 푼돈을 번다. 경기가 없을 때는 상자 나르는 일로 생계를 버는 그는 외톨이로 트레일러에서 산다(그를 보노라면 뼛속까지 스며든 고독과 삶의 거칠고 매운 겨울바람의 흔적을 감각케 된다).
램의 유일한 낙은 가끔 스트립티즈 바에 들러 한 잔하고 어린 아들을 혼자 키우는 역시 한물 간 스트리퍼 팸(마리사 토메이)을 만나는 것. 팸은 램에게 호감을 느끼나 자기의 고된 삶에 또 하나의 인생 실패자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한다.
램은 경기를 하다가 머리를 크게 다친다. 의사는 그에게 죽으려면 링에 오르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램은 마켓 델리가게에 취직하는데 이 에피소드가 매우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이다.
램은 링에서 은퇴키로 하고 팸과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려고 시도하면서 아울러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딸 스테파니(이반 레이철 우드)와의 재결합을 시도한다(둘이 버려진 겨울 저지의 해안 보드워크를 걸으며 나누는 대화와 관계가 가슴 아프도록 아름답다). 그러나 램과 두 여인의 관계가 모두 램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램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팬들뿐이라고 판단, 링에 다시 오른다.
로크의 사납고 강건하면서도 민감하고 세심하고 또 우습고 인간적인 연기가 눈부시다. 손으로 들고 찍은 촬영이 사실감을 강조한다.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 R.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와 랜드마크.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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