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만점)
‘총칼 없는 결투’
닉슨과의 인터뷰
강렬한 연기와 각본
마치 서스펜스 보는듯
결국 국민에 사과하는
닉슨의 모습‘처연’
1977년 리처드 닉슨이 하야한지 3년 뒤 영국의 TV 대담 쇼 호스트 데이빗 프로스트와 가졌던 역사적인 총 4부 인터뷰에 관한 깊이 있고 지적인 드라마다. 각본을 쓴 피터 모간(‘여왕’의 각본)이 글을 쓴 무대극이 원작인데 연극서 닉슨으로 나와 절묘한 연기를 해 토니상을 탄 프랭크 란젤라가 영화에서도 닉슨역을 맡고 있다.
이 영화는 전연 성격이 다른 두 남자 간의 결투영화이다. 무기는 말. 결투영화이니 만큼 한 사람만이 승리하게 마련인데 승자는 프로스트. 제4부 인터뷰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국민에게 사과하는 닉슨은 하야에 이어 두번째로 피를 토하는 수모를 겪는 셈. 권력을 무모하게 사용하던 닉슨의 모습에 동정마저 든다.
각본과 연기와 내용이 강렬하고 뛰어난 영화로 서스펜스 스릴러를 보는 긴장감과 흥분을 느끼게 된다. 도저히 영화거리가 될 것 같지 않은 내용을 이토록 재미있고 통찰력 있게 만든 것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호주에서 TV쇼를 진행하던 프로스트는 닉슨의 하야 연설장면을 TV로 보면서 자기가 닉슨을 인터뷰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싸구려 TV쇼 호스트가 세계적 특종을 해 자기 변신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제작자 존 버트(매튜 맥화디엔)를 고용한 뒤, 인터뷰 후원사를 찾아 사방팔방으로 뛰나 모두 거절한다. 그는 마침내 후원자를 찾아 닉슨에게 60만달러를 지불하고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트리키 딕’ 닉슨의 숨은 복안이 있었기 때문에 이뤄지게 된 것이다. 닉슨은 경량급인 프로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명예를 만회한 뒤 동부 정치세력권에로의 귀환을 노렸다.
영화 전반부는 베벌리힐튼 호텔에 묵고 있는 프로스트와 그의 두 보조원으로 언론인인 밥 젤닉(올리버 플랫)과 닉슨을 증오하는 제임스 레스턴(샘 록크웰)이 인터뷰를 위해 자료를 모으고 준비하는 과정이 상세히 그려진다.
이와 함께 바람둥이인 프로스트가 닉슨을 만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오던 비행기 안에서 만난 여자 캐롤라인 쿠싱(레베카 홀)과의 관계가 묘사된다.
인터뷰는 닉슨이 아내 팻과 살던 샌클라멘티의 카사 패시피카(실제로 이곳에서 찍었다) 인근의 한 공화당 지지자의 집에서 며칠에 걸쳐 진행된다. 후반부를 장식하는 이 인터뷰 장면이 거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긴장감과 함께 극적 열기를 내뿜는다.
어둡고 침울한 성격의 닉슨과 천하태평식의 다소 무모한 성격의 프로스트가 거실에 마주 앉아 질문하고 답하는 모습은 총칼 없는 육박전이다. 노련한 닉슨은 장황하게 자기 얘기만 늘어놓고 자기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프로스트를 갖고 놀다시피 한다. 여기까지가 3라운드.
마지막 인터뷰인 제4라운드에 가서 프로스트가 닉슨에게 역습을 가한다. 그리고 닉슨은 마침내 ‘국민과 민주주의를 실망시켰다’고 시인한다. 그가 이 말을 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처연하다.
란젤라의 연기는 완전히 닉슨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자기의 체세포 속에 흡수한 완벽한 것으로 매너리즘과 말투 등이 훌륭하다. 쉰도 뛰어난 연기를 한다. 음악도 좋다. 론 하워드 감독. R. Universial 아크라이트(323-464-4226).
닉슨(왼쪽)과 프로스트가 인터뷰를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프로스트(왼쪽)와 보조진이 인터뷰를 위한 작전을 논의하고 있다.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