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리 본즈, 내년 봄에 위증재판

2008-11-2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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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망이 대신 사냥총

사냥총회사 홍보 동영상에 사냥꾼으로 출연
일부 위증혐의 기각됐지만 유죄판결 받을 듯


정처없는 홈런왕 배리 본즈(44)가 간만에 언론을 탔다. 하나는 엉뚱뉴스다. 또 하나는 암울뉴스다.

23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에 따르면, 본즈는 야구 방망이 대신 ‘크리스텐슨 암스(CA)’라는 사냥총 제조회사의 홍보역을 맡아 이 회사 홈페이지(www.christensenarms.com)에서 사슴을 사냥한 뒤 CA제 사냥총을 홍보하는 7분짜리 동영상에 출연했다.


본즈는 이 깜짝 동영상에서 특유의 미소를 띠며 사냥은 당신을 흥분시킬 것이라고 운을 뗀 뒤 흰꼬리 사슴을 쏘아 죽이고는 딱 한방이면 충분하다는 멘트를 날렸다. 본즈가 이 광고 출연료로 얼마를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본즈는 메이저리그 통산 개인최다 홈런기록을 세운 지난해 정규시즌을 끝으로 15년 몸담았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뒤 지금까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유지한 채 새 정처를 물색중이다. 그러나 그의 소원성취 여부는 미지수다. 금지약물(특수 스테로이드) 복용의혹과 관련된 위증 등 14건의 혐의(위증 및 사법방해)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는 신세인 까닭이다. 공판은 내년 3월에 열린다.

본즈 관련 두 번째 뉴스는 이 재판과 관련된 것이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14건의 혐의 중 3건이 기각됐다. AP통신은 피고(본즈)측 법률대리인이 본즈재판 관할 연방지법에 본즈가 연방대배심으로부터 받은 질문이 모호했다며 위증혐의 10건에 대한 기각요청을 했고 이에 대해 수잔 일스턴 판사는 그중 3건에 대해서는 이유있다며 기각판결을 내리고 2건에 대해서는 재고판결을 내렸다. 일스턴 판사는 본즈가 금지약물을 복용했거나 스테로이드 함유 아마인 기름(flax seed oil stuff)을 받은 적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심문은 심문 자체가 너무 애매모호해 본즈의 진술을 위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는 또 본즈의 소꿉친구이자 체력담당 트레이너였던 그렉 앤더슨을 통해 본즈가 성장호르몬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 역시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본즈의 답변을 위증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여기까지는 본즈에게 일단 희소식이다. 그러나 이번 기각판결은 본즈 재판에 붙은 일부 거품을 제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중론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은 본즈를 옭아매는 근본적인 혐의를 뒤집는 것이 아니라 지엽적인 수정일 뿐이며 나머지 혐의들이 너무 뚜렷해 이번 판결로 유죄가 무죄로 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본즈가 내년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2년6개월가량 실형을 언도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즈는 무죄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내년에 선수생활 재개희망까지 밝히고 있다. 재판결과를 떠나 올해도 그를 받아들이지 않은 구단들이 내년에 45세가 될 ‘더 늙은 본즈’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배리 본즈(762개)는 자이언츠 15년을 포함해 22년동안 메이저리그를 누비며 베이브 루스(714개)와 행크 아론(755개) 등 전설적 거포들의 홈런기록을 모조리 넘어섰고 그 사이에 한시즌 최다홈런기록(72개)을 세우고 7차례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러나 몸집에 갑자기 불어난 30대 중반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금지약물 복용의혹과 이와 관련된 위증의 덫에 걸려 그는 선수생명 단축을 자초하고 명예의 전당 대신 불명예의 감옥으로 가야할지 모르는 신세가 됐다. 본즈 홈런의 순수성 내지 정당성도 훼손될 대로 훼손됐다.

지난해 9월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직후는 그는 구단에 대한 섭섭함과 분노가 잔뜩 묻어나는 고별성명을 통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향한 나의 항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기록상 메이저리그 타자로서 거의 모든 것을 다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는 월드시리즈와는 선연을 맺지 못해 아직 WS 챔피언 반지를 차지 못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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