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극심한 흉년이 든 오클랜드 A’s에 내년에는 풍년이 들까. 농번기(정규시즌)에는 손을 놓은 듯했던 A’s가 정작 농한기(스토브리그, 겨울 트레이드시장을 의미)에는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난 12일 콜로라도 로키스로부터 파워와 기교를 겸비한 강타자 맷 할러데이를 영입, 이번 겨울시장 대형거래 1호를 기록한 A’s는 20일 불펜투수 크리스 슈뢰더를 영입했다. 다른 팀들이 이것 재고 저것 재느라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입질만 할 뿐 막상 계약을 못하고 있는 사이에 A’s는 벌써 전력보강을 위한 두번째 카드를 썼다.
우완투수 슈뢰더는 ‘메이저 드림’을 안고 나이 서른이 되도록 마이너 마운드를 지키다 잠깐 메이저 마운드를 밟았다 다시 마이너로 내려가곤 했다. 마이너 투수로는 많이 남고 메이저 투수로는 조금 부족한 피칭을 보였기 때문이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트리플A팀(콜럼버스 클리퍼스)에 있다 이번에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슈뢰더는 2006년 정규시즌에 메이저 마운드의 맛을 잠깐 봤으나 맥을 추지 못해 곧 마이너 마운드로 강등됐다.
슈뢰더가 다시 메이저 마운드로 승격한 것은 2007년 정규시즌 중반이었다. 그의 보직은 불펜요원. 45.1이닝을 소화했다. 그가 잠깐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승패가 갈린 것은 5차례였다. 그중 2번은 이기고 3번은 졌다. 내셔널스가 워낙 약체인 까닭에 내셔널스 불펜투수의 2승3패는 썩 괜찮은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평균자책점(방어율)도 3.18로 준수한 편이었다. 내셔널스의 늦깎이 기대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슈뢰더는 그 여세를 올해까지 잇지 못했다. 4경기에 투입됐으나 인상적인 피칭을 보이지 못했다.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5.40. 메이저 마운드는 냉혹했다. 그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을 마이너행. 그는 거기서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잘 던졌다. 43게임에 출장해 5승4패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비록 또다시 마이너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메이저행 자격이 있음을 보여준 피칭이었다. 그런 그에게 A’s가 손을 내민 것이다. 슈뢰더는 들락날락 메이저 마운드에서 통산 62게임에 등판해 2승5패(평균자책점 4.46)를 기록중이다.
한편 A’s가 대형타자 할러데이 영입에 이어 불펜보강에 나선 이유가 있다. 바로 할러데이 때문이다. 할러데이 영입 때 휴스턴 스트릿 등 3명을 한꺼번에 내줘 불펜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스트릿은 올해 후반기 초반까지만 해도 A’s의 주전 마무리투수로 활약했으나 다 잡은 승리를 번번이 놓쳐버리는 바람에 최후보루 피칭에서 중간계투 피칭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마무리는 신인 계투요원 브랫 지글러가 데뷔전부터 경이적 무실점 피칭을 보이는 등 승승장구, 자연히 그의 몫이 됐다. 슈뢰더가 기대에 부응한다면 A’s는 기존의 조이 디바인, 브랫 지글러, 산티아고 카시야 등과 함께 슈뢰더를 보태 막강 불펜을 갖게 된다.
문제는 리치 하든과 조 블랜턴이 빠진 선발투수진이 아무래도 약세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A’s는 전통적으로 투수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팀이어서 내년에 또 누가 선발마운드에서 놀람피칭을 해낼지 두고볼 일이다.
A’s의 전력보강 야심플랜은 또 있다. 보도에 따르면, A’는 A’s에 있을 때 기막히게 잘했다가 뉴욕 양키스로 간 뒤에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홈런타자 제이슨 지암비의 재영입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지암비는 양키스와의 동거계약이 끝나 FA 신분이다. 만일 그가 A’s로 되돌아온다면 1루수 또는 지명대타를 맡으면서 맷 할러데이와 함께 비실비실 A’s 타선에 중량감을 더해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타자 대열에 들었던 지암비로서도 은퇴기가 닥쳐오는데다 양키스에서의 악몽을 씻기 위해 최후의 분발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와는 별도로 A’s는 바비 크로스비가 도맡아온 유격수의 백업요원으로 백전노장 라파엘 퍼칼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퍼칼은 LA 다저스에서 FA로 풀려나 새 정처를 모색중이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