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 별 - 황석영 지음
2008-11-08 (토)
가슴속 상처를 그린 성장기 삽화
대한민국의 가장 문제적 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는 단연 황석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방랑생활을 했으며 일용직 노동자와 선원으로서의 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 방북, 망명, 투옥에 이르는 황석영의 모든 행보는 보통사람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19세의 어린 나이에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입선하여 등단했지만, 생과 세계에 대한 그의 갈증과 허기는 그것으로 채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뛰어난 문장력과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시대가 겪는 아픔을 생생하게 아파하고 겪어낸 과정에서 뛰어난 문학적 성과물을 양산시킨 그가 이제 60을 넘겨서 자신의 젊은 날을 돌아보며 쓴 소설이 바로 ‘개밥바라기 별’이다.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가슴이 아프게 마련이다. 늘 지금-여기에 충실하려 애쓰지만, 돌아본 자리에는 늘 크고 작은 흉터가 남아 있다. 황석영의 신작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은 바로 그 상처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개밥바라기 별’은 서둘러 봉합하고 지나온 상처를 벌려 그 속에 든 비밀을 마주하게 한다. 가슴속에 방치된 채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녹슨 비밀창고의 문을 열고, 이마에 엉기는 거미줄을 헤쳐 가며 하나 둘 새롭게 떠오르는 오래된 기억들을 바라보게 한다. 그 기억 속에는, 유년기 이래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던 세계에 대해 회의하고,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갈등하고 방황하는 시기가 있다.
황석영은 그 성장기의 삽화들을 그려 보임으로써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에 대해 말한다. 더불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묻고 있기도 하다. 황석영 개인의 기억의 삽화이기 이전에 누구나 품고 간직하고 있을 그 비밀의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다시 그 문을 열기가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겁이 날지도 모르지만, 이제 조심스레 그 비밀의 문을 열 시간이 되었다. ‘개밥바라기 별’은 그 문의 자물쇠를 열어줄 소중한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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