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창만 칼럼/ 모방심리

2008-10-18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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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선 모방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는 모방자살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비롯되었다. 주인공 베르테르가 실연을 당한 후 권총으로 자살하는 내용의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이 주인공처럼 노란 조끼를 입고 흉내 낸 자살을 일컬어 한 말이다. 그 이후로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은 유명인을 흉내 내어 따라 죽는 심리적 모방자살을 의미하게 되었다.

최근 국민배우로 사랑을 받던 최진실씨가 고 안재환에게 돈을 빌려 주려줬다는 악플러의소문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 이후로 월 평균 137명의 모방 자살자가 급증하였다는 통계를 보았다. 모방심리는 사람 누구에나 존재하는 보편적 심리적 현상이다. 사람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흉내 내어 모방함으로서 유명인의 명성이나 명품의 가치성, 희소성을 자신에게 재현하려고 한다. 그러면 모방이 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가?

모방은 단순한 행동만을 흉내 냄으로 끝나는 않고, 모방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남에게 알리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방은 성장기의 어린아이들의 올바른 인격형성과 사회 적응화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명인을 흉내 내는 모방자살이 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유행병처럼 번지는 것일까?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와 삶의 창조적 가치관의 의지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창조적 가치관으로 충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어야 비로서 사람답게 살아 갈 수
있는 동적 힘을 얻게 된다.


반면에 창조적 가치관을 포기하고 남을 무조건 모방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 만큼 무의미한 삶을 살아 갈수 밖에 없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경상도 지방에 내려가면 “나는 노무현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야, 혹은 부산상고 동기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요즘은 “나는 이명박 대통령과 포항상고 동기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자신에 대하여 자신감이 빈약한 사람은 이렇게 무작정 모방인생을 살기가 쉽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모방이 다 해로운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은 일찍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Imitation is the mother of creativity).라고 갈파했다. 창조적 기업을 꿈꾸는 기업가들이 사용하는 ‘벤치마킹(Benchmarking)’도 다름 아닌 모방전략이다. 다른 회사의 최고의 기술을 모방함으로서 자기 혁신을 도모하고자 하는 기업의 중요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의 위대한 혁신은 창조적 모방 없이 불가능하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그렇다면 남을 모방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을 모방해도 웃음꺼리가 되지 않고 자신의 창조적 삶을 무너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가치관이 달라야 한다. 모방자살이나 모방범죄가 우리 사회에 유행병처럼 번지는 것은 그만큼 삶의 가치관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엉터리로 살아도 나만큼은 의미 있게 살겠다. 깨끗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겠다”는 가치관이 확고하게 서 있을 때 창조적 모방이 가능하다. 둘째로 허영심에서 비롯된 모방을 피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진실성(honest)과 성실성(credibility)이 없으면 웃음꺼리가 되기 쉽다. 그러므로 모방을 하더라도 허영심은 금물이다. 셋째로 모방의 대상이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당신은 세상 사람이 사는 대로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나만의 개성과 창조성을 가지고 세상의 흐름을 리드(lead)하는 모방의 모델로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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