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백악관 뜰에서 애견들과 놀고 있다. 뒤는 칼 로브 역의 토비 존스.
조지 부시 시니어 역의 제임스 크롬웰.
★★★½(5개 만점)
결점 투성이 우리 대통령 ‘조지 W. 부시’
부시를 싫어하는 올리버 스톤이
증오심 억제해 만든 전기 드라마
부시 가문의 ‘미운 오리새끼’가
아버지 컴플렉스 딛고 일어서다
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조지 W. 부시의 전기 드라마로 부시를 싫어하는 스톤으로서는 상당히 증오심을 억제하면서 고르게 이 인기 없는 대통령을 묘사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부시의 으스대는 외면적 건방짐과 단호함과 함께 그의 심리상태 묘사에 비교적 성공한 편이지만 새로운 점이 없다는 사실이 부시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모를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다.
영화가 에너지가 있고 충분히 즐길 만한 극적 재미도 있지만 보다 매섭고 예민하고 통렬한 통찰력이 부족한 것이 결점이다. 그래서 작품이 판에 박힌 듯한 또 하나의 대통령 전기처럼 됐는데 이는 어쩌면 반 부시주의자인 스톤이 공평성을 잃고 부시에게 가차 없는 매질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스톤은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부시를 매도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러면서도 영화에 묘사된 부시는 하나의 익살광대처럼 묘사됐다.
또 다른 미 대통령 영화들인 ‘JFK’와 ‘닉슨’을 만든 스톤은 지난 5월에 이 영화 촬영에 들어가 오는 11월의 미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두고 개봉되는데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내가 가장 빠르게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아무리 봐도 부시와 공화당 측에 우호적인 영화가 아니어서 매케인 낙선용 홍보 영화라고 해도 되겠다.
처음에 9.11 이후 백악관에서 부시(조시 브롤린-인터뷰 ‘위크엔드’판) 주재로 열린 각료회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부통령 딕 체니(리처드 드라이퍼스)와 국무장관 콜린 파월(제프리 라이트) 및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스캇 글렌) 등이 열띤 토론 끝에 ‘악의 축’이라는 말을 만들어낸다.
이어 장면은 과거로 돌아가면서(과거와 현재가 계속 교차돼 가면서 서술된다) 돈 많은 명문가의 파티보이 부시의 젊은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여러 주요 사건들이 묘사된다.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얘기라고 할 만하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아버지 부시(제임스 크롬웰)와 아들 부시 간의 갈등에 할애되는데 아버지 부시는 아들에 대해 매우 실망한다. 술과 여자에 빠진 아들 부시는 한 직장에 오래 있지도 못해 아버지 부시는 계속 아들을 질책한다.
아들 부시는 부시 가문의 미운 오리새끼인데 영화는 그런 부시가 아버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 서려고 이를 악물고 애쓰는 모습을 절실하게 그렸다.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아들 부시의 모든 정책 결정은 아버지보다 자기가 한 수 위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된다.
젊은 부시의 삶은 먼저 예일대의 사교 서클 가입을 위한 알콜 신고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이때부터 사고뭉치여서 아버지는 그를 거의 버린 자식 취급한다. 이어 아들 부시는 아버지의 백으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들어가고 졸업해 빈둥거리며 살다가 텍사스주 의회선거에 출마하나 낙선한다.
로라 부시 역의 엘리자베스 뱅스.
부시는 이 선거 얼마 전 후에 아내가 된 로라(엘리자베스 뱅스)를 만나는데 그가 로라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 로라는 영리하고 사려 깊은 여자로 부시가 결점이 많은 남자인 줄 알면서도 그를 사랑하고 또 차분히 지원한다. 로라와 결혼하고도 뚜렷한 목적 없이 살던 부시는 나이 40세에 기독교 신자로 재탄생한다. 그의 재생을 돕는데 기여한 목사는 얼 허드(스테이시 키치가 단역으로 호연한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 바바라(엘렌 버스틴)의 조소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텍사스 주지사선거에 출마한다.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단호한 결의에서 나온 결과다. 영화는 지사 선거 후 부시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완전히 제거하고 후반 들어 백악관에 들어간 부시를 묘사하는데 상당 부분이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얘기를 기록 영화 식으로 다뤘다. 영화에는 실제 부시의 여러 뉴스 필름을 삽입해 사실감을 고취하고 있다.
각료회의 때마다 기도하는 부시, 샌드위치 점심을 먹으면서 체니에게 “내가 대통령이니 너는 네 이고를 잘 다스려라”고 질책하는 장면 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대취한 아들 부시가 아버지 부시 집을 찾아가 한 판 붙자고 달려드는 것으로 심각한 ‘아버지 콤플렉스’에 걸린 부시가 측은해 보일 정도다.
스톤은 부시를 공정히 묘사하려고 했다고 말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그는 결점 투성이다. 불안정하고 고집 투성이인 데다 사람 다루는 기술이 부족하고 또 인내심이 없으며 무조건 하나님이 악을 물리쳐 준다고 믿는 사람인데 이같은 결점 투성이의 부시를 브롤린이 괴물로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서 뛰어난 것은 브롤린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특히 브롤린은 부시의 덤벙대는 듯 하는 과장된 행동과 그의 때론 거칠고 결연한 모습을 매우 잘 표현한다. 생긴 것도 부시를 많이 닮았는데 부시의 외적·내적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드라이퍼스와 뱅스와 라이트 및 칼 로브 역의 토비 존스도 잘 한다. 콘디 라이스로는 탠디 뉴턴이 나오나 너무 단역이어서 어떤 인상도 못준다. PG-13. Lionsgate.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