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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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 - ‘가을 오후’

2008-09-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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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지로 오주 감독의 마지막 영화
인생 고독·상실감 감동적으로 그려

가장 일본적인 감독으로 가족의 해체를 주제로 잘 다루는 야수지로 오주의 마지막 영화로 1962년작. 한 남자의 인생의 상시로 변화하는 물결과 그의 일본 사회의 점진적 현대화에 대한 체념과 수용을 부드러우면서도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답게 그린 걸작이다. 오주의 다른 영화들처럼 우아한 화면 구도를 갖춘 조용하고 상냥하며 또 가을 오후의 상실감을 아프게 느끼게 되는 명화다.

슈헤이 히라야마(오주 영화의 단골 치슈 류)는 장성한 아들 카주오와 혼기가 꽉 찬 딸 미치코와 도쿄의 아담한 집에서 함께 사는 홀아비 회사원. 딸이 죽은 어머니 대신 가사를 전담하는데 히랴야마는 점차 딸을 시집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막상 중매가 들어오면 이를 딸에게 알리지 않는다. 딸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동창 몇 명과 저녁을 마친 히라야마는 자신의 스승으로 지금은 작은 우동집을 경영하는 사쿠마의 가게에 들른다. 사쿠마도 홀아비로 혼자 사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사쿠마의 딸 토모코는 시집도 가지 않았다.

히랴야마는 토모코의 육체적 정신적 피폐함을 목격하고 미치코를 토모코와 같은 운명에서 구출하기 위해 딸의 결혼을 결심한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작품으로 유머와 통절한 페이소스를 고루 지닌 거장의 마지막 영화다. 모든 것이 감지하기 힘들만큼 고요하고 민감하다.
오주는 현대 사회 속에서 문화적 전통이 점차로 겪게 되는 역설을 관조하면서 핵가족 해체로 인한 고립과 장성한 여인에게 결혼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 그리고 부모의 장성한 자녀에 대한 재정적 보조 등 제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오주는 슬픔과 가벼운 유머를 적절히 배분해 가면서 나이 먹음과 부모의 의무와 고독 등을 잔잔하면서도 가슴 깊이 파고드는 감동적 솜씨로 다루고 있다.

특히 딸을 시집보내고 난 뒤 집에 돌아와 빈 방의 어둠을 배경으로 혼자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히라야마의 모습을 찍은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비감한 장면이다. 30달러. Criter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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