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로열스전 3안타로 8년 연속 200안타 달성
이치로 스즈키(시애틀 매리너스)가 또 일을 냈다. 데뷔 시즌(2001년)부터 8년 연속 200안타 고지에 올라섰다. 전날까지 197안타였던 이치로는 17일 캔사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안타를 몰아쳤다. 이치로는 이날 4타석 3타수 3안타 1볼넷의 100% 출루했다. 그러나 경기는 로열스가 5대2로 이겼다.
일본 프로야구 7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뒤 2001년부터 매리너스에서 뛴 이치로는 이로써 메이저리그 초창기인 1894년부터 1901년까지 윌리 킬러가 세운 8년 연속 200안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킬러의 기록은 100년 이상 범접한 선수가 없어 사실상 잊혀졌고 덩달아 킬러의 이름 또한 잊혀졌으나 이치로 덕분에 기록박물관에서 살아나온 셈이 됐다. 따라서 천상의 킬러가 지상에서 잊혀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자신의 기록에 손을 얹힌 이치로에게 도리어 감사를 표해야 할 판이다.
이치로의 대기록 마무리는 한 박자 쉰 뒤 거침없이 펼쳐졌다. 1회초. 로열스 선발투수 질 메시는 비슷한 것만 줘도 방망이 살짝 걸쳐놓고 걸음아 날 살려라 쏜살같이 도망치는 이치로의 장기를 의식한 듯 비슷한 공도 주지 않았다. 이치로도 서두르지 않았다. 칠 듯 칠 듯 치지 않으며 볼넷을 골라냈다. 상대팀으로선, 안타든 볼넷이든 누상에 나가면 골치아픈 게 이치로. 이날도 그랬다. 후속타자 베탕쿠르의 좌전안타로 2루에 안착한 이치로는 이바네즈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틈에 3루까지 훔쳤다. 그리고는 로페스의 중전안타로 가볍게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3회초, 이치로는 다시 선두타자로 나섰다. 로열스 투수 메시는 1회초에 안타 무서워 정면승부를 피했다가 볼넷에 도루에 득점에 줄 것 다 줬다고 생각했는지 좀더 맞짱피칭을 했다. 이치로의 안타본능은 즉각 나타났다. 몸쪽에 바싹 붙인 공을 휙 잡아끌어 우익수쪽 2루타. 메시로서는 안타는 줬지만 점수를 안주겠다는 계산은 맞아떨어졌다. 이치로는 베탕쿠르의 투수앞 번트로 3루까지 갔다가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했다.
둘의 세 번째 맞대결은 5회초에 있었다. 이번에는 1사1루 상황이었다. 메시는 3회초와 달리 바깥으로 빠지는 공으로 승부했다. 이치로는 역시 안타제조기였다. 방망이를 내던지듯 가볍게 톡 밀어치고 1루로 내달렸다. 바로 그런 걸 예상하고 약간 전진수비를 펼친 3루수 키를 살짝 넘어 공은 내야에 떨어졌다. 내야수 앞 땅볼이라도 생존율이 높은 이치로는 체공시간이 1초는 더 길어진 바가지 안타에 식은 죽 먹기로 1루를 밟았다. 199호 안타였다.
8회초, 이치로는 삼세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등장했다. 로열스 마운드는 메시에서 마하이로 바뀌었다. 이치로는 임팩트 순간 힘을 완전히 빼 피글피글 어중간한 땅볼을 만들고는 냅다 뛰었다. 유격수 마이크 에이빌스가 황급히 달려들어 공을 나꿔챔과 동시에 1루로 뿌렸지만 이치로는 반걸음 차이로 베이스를 먼저 점령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올해 200번째 안타임을 방송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축하했다. 이치로는 말했다. 위 윌리 킬러 이후 대략 100년이 지났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내가 어찌 그렇게 오랜 격차를 둔 누군가와 연관이 되겠는가. 그러나 이런 것(200안타 연속기록) 덕분에 나는 그와 연관되는 기회를 가졌다. 그래서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치로는 올해 151게임에서 639타수 200안타로 타율 3할1푼3리를 기록중이다. 남은 게임에 모두 출장하고 현재 타율을 유지한다면, 안타를 15개정도 추가할 것이란 계산이다. 메이저리그 8년 통산안타는 17일 현재 1,792개다. 그는 앞서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일본 제이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 합산 3,000안타에 올라서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다. 17일 현재 미일 프로리그에서 그가 친 안타는 3,070개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