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1년만에 쿠바 간 미국축구 승리 안고 귀환

2008-09-0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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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남아공월드컵 북중미 예선전 1대0

뎀프시, 전반 40분 칭 도움 받아 결승골

불상사는 없었다. 축구는 있었다. 1947년 이후 61년만에 쿠바에 들어간 미국축구 국가대표팀이 6일 저녁 수도 아바나에서 쿠바대표팀과 경기를 무사히 마쳤다. 아바나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 경기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북중미지역 2차예선의 일환이었다.

미국과 쿠바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승패를 떠나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이 경기가 실제로 양국 관계를 누그러뜨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경기가 열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태껏 달라지고 있는, 앞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양국 관계를 상징하는 기호로 해석되기도 한다(본보 6일자 스포츠섹션 3면 참조).

쿠바인들이 팀USA를 따스하게 대하는 장면이 중계카메라에 몇차례 노출됐다. 특히 경기종료 뒤 미국 선수들이 관중석 한켠에 자리잡은 몇명 안되는 미국 응원석 앞으로 가 감사를 표할 때, 경기장을 떠나던 쿠바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쳐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응원단은 이 경기의 행정적 지원 등을 위해 선수단과 함께 파견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성조기 무늬가 디자인된 손수건 등을 들고 9,000여 쿠바인들 틈새에서 열심히 팀USA를 응원했다. 그곳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진행중인 혹은 불가피한 변화를 상징한다는 듯, 중계 카메라는 자주 이들을 비쳤다. 경기소식을 전하는 각종 기사들에서도 이 대목이 빠짐없이 거론됐다.


미국-쿠바전을 둘러싼 특수한 환경은 또 있었다. 날씨였다. 경기개시 2시간 전쯤 폭풍우가 쏟아져 경기장이 흠뻑 젖었다. 조명시설 일부는 작동을 멈췄다. 때문에 경기는 어둡고 질척한 가운데 진행됐다. 후반전 막판에 조명시설이 더 문제를 일으켜 한동안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경기는 미국이 이겼다. 예견된 결과지만 낙승은 아니었다. 고작 1대0이었다. 열악한 경기장 사정에다 쿠바의 충천한 투지에 말려 의외로 고전한 미국은 전반 40분 포워드 클린트 뎀프시의 결승골로 역사적 쿠바원정을 어렵사리 승리로 장식했다.

하나뿐이었지만 멋진 합작골이었다. 쿠바 진영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오구치 온예후가 문전으로 볼을 띄웠다. 뎀프시와 쿠바 수비수 2명이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솟구쳤다. 쿠바 수비수 차지였다. 그러나 빗맞은 헤딩. 볼은 도사리고 있던 브라이언 칭에게 걸렸다. 칭은 등뒤의 수비수를 의식하고 곧바로 볼을 빈 공간으로 살짝 내주고는 쿠바 수비수가 나꿔채지 못하도록 몸으로 방어막을 쳤다. 그 틈에 뎀프시가 여유있게 오른발로 때려넣어 비에 젖은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들어 공세를 강화한 쿠바는 11분 알리아니 세르반테스의 대포알 슈팅이 하워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는 등 서너차례 득점기회를 놓쳤다. 미국은 역습을 우려해 수비라인을 두텁게 하면서 볼을 자주 돌리는 등 템포를 느리게 가져가면서 1대0 지키기에 치중하는 듯했다.

1그룹에 속한 미국은 지난달 과테말라 원정전 1대0 승리에 이어 이번 쿠바전 1대0 승리로 승점 6점을 확보, 사실상 북중미 지역예선 최종라운드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북중미 지역예선은 4팀씩 3그룹으로 나뉘며, 홈&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각 그룹 1, 2위가 최종라운드에 진출하며 이 6팀 역시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치러 1-3위에게 남아공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4위는 남미지역 5위팀과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러 남아공행을 바라볼 수 있다.

이날 벌어진 과테말라와 트리니다드토바고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다른 그룹 경기에서는 멕시코가 자메이카를 3대0으로, 온두라스가 캐나다를 2대1로 이겼다. 또 코스타리카는 수리남을 7대0으로 대파했고, 엘살바도르는 아이티를 5대0으로 완파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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