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들의 키재기
2008-09-03 (수) 12:00:00
오클랜드 A’s와 캔사스시티 로열스는 별난 인연을 가졌다. A’s의 본적이 캔사스시티다. 그곳에서 오클랜드로 이사한지 올해로 40년이다. 그곳에 눌러앉았다면 캔사스시티 A’s로 불리고 있을 것이다.
태생적 인연 말고도 두 팀은 올해 결코 자랑일 수 없는 기록으로 야구역사에 눈밝은 이들에게 서로의 인연을 한두번쯤 더 생각하게 했다. 올스타 브레익 이후 두 팀을 괴롭혀온 지독한 슬럼프 행진이다. 지난 8월 한달동안 기록만 해도 둘은 누가 누가 못하나 경쟁하듯 패배의 연속이었다. 그 방면에서 로열스가 조금 앞섰다. 7승20패로 양대리그 통틀어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A’s는 10승20패로 뒤로 2등이었다. 그런데 둘 다 전반기 한때 디비전 수위를 다투는 등 호성적을 내 주목을 끌었던 점에서도 비슷하다.
둘이 2일 오후 캔사스시티에서 키재기를 했다. A’s가 2대5로 졌다(63승75패). 시즌 80패 일보직전에 몰린 로열스는 A’s 덕분에 마구 커지던 패배(79패)를 일단 붙들어매고 지지리 더디 크는 승리의 눈금을 58승으로 올렸다.
승부는 사실상 1회말에 결판났다. A’s가 1안타 1볼넷 1에러로 3점이나 내줘 로열스에 승리를 안기다시피 했다. A’s의 선발투수 지오 곤잘레스의 공이 아주 나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위기관리 능력에서 신인티를 어쩔 수 없었다. 첫타자 데헤수스를 2루수 땅볼로 아웃시킨 곤잘레스는 에이빌스와 승부에서 정면승부를 걸지 못하고 공을 돌리다 볼넷을 내줬다. 이어 호세 기옌의 타구를 처리하던 좌익수 커닝햄이 어이없는 실책을 범해 1사 2, 3루. 코너에 몰린 곤잘레스는 다음타자 버틀러에게 쫓기듯 승부하다 왼쪽담장을 넘어가는 3점짜리 홈런을맞았다.
로열스는 4회말 실리의 솔로홈런으로 1점, 5회말 버틀러의 중전적시타로 2점을 보탰다. A’s의 대릭 바튼은 2회초 3루타로 타점을 올리고 5회초 솔로홈런을 치는 등 분전했으나 팀패배로 빛이 바랬다.
<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