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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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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언츠, A’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클랜드 A’s가 21일 모처럼 쌍쌍 승전고를 울렸다. 자이언츠는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 4대3으로, A’s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대0으로 이겼다. 자이언츠는 55승72패로 내셔널리그 웨스트 디비전 5팀 중 4위, A’s는 58승69패로 아메리칸리그 웨스트 디비전 4팀 중 3위를 유지했다.

◆자이언츠의 승리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1점을 쥐어짜 완성됐다. 9회초 말린스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은 브라이언 윌슨은 마무리 전문이면서 이틀 연속 승리(시즌 2승2패)를 거두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승리의 질은 전연 달랐다. 20일 승리는 겸연쩍었다. 세이브 전문 윌슨으로선 누워서 떡먹기나 마찬가지인 3점차 리드를 날려버리고(9회초 3점짜리 동점홈런 허용) 어깨를 늘어뜨리고 덕아웃으로 물러났다가 9회말 자이언츠 타선이 1점을 뽑아준 덕분에 선발투수 맷 케인이 차지해야 할 승리투수 완장을 대신 찬 꼴이 됐다.


21일 승리는 떳떳했다. 윌슨은 9회초 3대3 동점상황에서 선발투수 맷 팔머(6이닝 2실점, 6안타 3볼넷 2삼진)와 계투요원 케이치 야부(0.1이닝 1실점) 잭 태슈너(1이닝 0실점) 타일러 워커(0.2이닝 0실점)에 이어 5번째로 마운드에 올랐다. 하루 전 윌슨이 아니었다. 1구1구 잔뜩 뜸을 들여 시속 90마일 후반대 공을 씽씽 뿌리며 첫 타자 제레미 허미다를 꼼짝없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타자는 간만에 포수마스크를 백업요원에게 맡기고 쉬다 아쉬운 한방을 위해 대타로 나선 폴 로두카. 포수이면서도 톡톡 밀어치고 당겨치는 가벼운 스윙으로 자잘한 안타를 잘 만들어내고 곧잘 홈런도 때려내는 로두카는 윌슨의 공을 힘껏 잡아당겼으나 3루수 라인드라이브 아웃. 윌슨은 마지막 타자 알프레도 아메자가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비로소 긴장을 풀고 덕아웃으로 향했다.

9회말, 자이언츠의 마지막 공격 첫 타자는 마이너에서 갓 올라온 3루수 라이언 올링거. 4회말에 3루타를 쳐 타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신출내기 올링거가 중압감을 제어하기 쉽지 않은 상황. 그래도 올링거는 소신배팅을 했다. 그러나 조금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말린스의 마지막 투수 케빈 그렉은 이를 역이용, 롤링거를 헛스윙 삼진으로 물리쳤다. 다음 타자는 이매뉴얼 버리스. 그 역시 신인이었지만 같은 신인이라도 짠밥 차이는 속일 수 없었다. 2루수와 유격수 땜빵으로 비교적 자주 경기에 출장, 공 보는 눈이 한층 밟아진 버리스는 그렉의 유인구에 속지 않고 볼넷을 골라냈다. 그리고는 그렉이 다음 타자 랜디 윈과 승부하는 사이 2루까지 훔쳤다.

버리스는 곧바로 더 놀라운 대담성을 과시했다. 윈의 타구가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였으나 3루까지 뛰어 살아났다. 나흘 전(1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회초 1사후에 2루타를 치고는 3루까지 뛰다 아웃당했던 그가 까딱하면 점수는 고사하고 이닝이 끝나버릴지 모르는데 또 뛴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말린스 야수들로선 설마 뛰랴 싶어 플라이 볼을 느슨하게(혹은 편안하게) 처리했다 허를 찔린 셈이었다.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승부를 걸었다. 말린스의 포수 폴 로두카처럼 안방살림을 후보에게 맡기고 휴식을 즐기던 포수 벤지 몰리나를 이반 오초아 대신 내보냈다. 말린스 벤치가 보치 감독의 속뜻을 모를 리 없었다. 몰리나와의 정면대결을 아예 피하도록 사인을 보냈다. 그렉은 지시대로 몰리나를 고의사구로 걸려보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아차 와일드 피칭. 발 느린 1루주자 몰리나의 2루행을 막으려고 던진 공이 빠지는 사이, 발 빠른 3루주자 버리스가 쏜살같이 홈으로 파고들어 경기를 끝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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