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꼴찌 SJ 퀘익스, 강호 LA 갤럭시 격침

2008-08-0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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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커비 2게임 연속골 맹활약, 3대2 승

맡아놓은 꼴찌나 다름없던 SJ 어스퀘익스가 강력한 우승후보 LA 갤럭시를 물리쳤다. 메이저리그사커(MLS) 웨스턴 컨퍼런스 7팀 중 7위 SJ 퀘익스는 3일 낮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오클랜드 A’s가 집을 비운 사이 A’s의 홈구장 매카피 콜러시엄을 반짝개조해 벌인 LA 갤럭시와의 경기에서 3대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퀘익스는 내신(19전 4승6무9패, 승점 18점)이 좋아졌지만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퀘익스의 승리는 잘하면 중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고,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었다. 희망의 근거는 대런 허커비였다. 월드스타들이 즐비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거의 잊혀진 선수였던 허커비는 지난달 중순 SJ 퀘익스로 둥지를 옮긴 뒤 꼴치탈출을 위한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7월27일 뉴욕 레드불스와의 경기에서 첫골을 넣었던 허커비는 3일 갤럭시전에서도 날카로운 측면돌파와 킬러패스를 수차례 보여주며 1골1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쳤다. 전반 8분, 갤럭시 벌칙구역 오른쪽(공격자 입장에선 왼쪽)으로 파고든 허커비는 쇄도하는 아르투로 알바레스에게 짧은 땅볼패스를 밀어줘 선제골의 산파역을 했다. 수비수 틈새를 번개같이 지나쳐 골키퍼가 미처 방향을 잡기 전에 공의 방향을 틀어 우겨넣은 알바레스의 마무리도 좋았다. 이후로도 수시로 갤럭시 진영 왼쪽과 문전을 공략하던 허커비는 전반 40분 절묘한 감아차기로 직접 득점을 뽑아냈다. 벌칙구역 왼쪽에서 골라인 부근까지 파고든 허커비는 갤럭시 골키퍼가 니어포스트쪽으로 각을 좁혀 나오는 것을 보고는 크로스를 올리는 척 그대로 감아차 반대편 포스트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드는 2번째 골을 만들었다.


갤럭시의 반격은 거셌다. 첫 만회골은 데이빗 베컴의 발끝에서 무르익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좌우 폭넓게 오가며 기회를 엿보던 베컴은 전반 42분 퀘익스 진영 오른쪽 깊숙이 파고든 뒤 수비수들을 모두 피해 골문 바로 앞에 도사린 땅딸이 미드필더 랜던 다나븐의 이마에 떨어지는 크로스로, 다나븐의 골을 내조했다. 후반들어 더욱 피치를 올린 갤럭시는 31분 에드손 버들이 동점골을 터트린 여세를 몰아 역전승을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공격치중은 수비허점을 불렀다. 후반 44분 터진 퀘익스의 결승골은 거기서 터졌다. 이번에도 허커비 팩터가 작용했다. 슛도 아니고 센터링도 아닌 어중간한 문전볼을 갤럭시 골키퍼가 쳐냈으나 도로 벌칙구역 안에 떨어지자 허커비가 달려들며 냅다 갈겼다. 스티브 크로닌 골키퍼의 반사동작도 일품이었다. 금세 일어나 몸을 날려 쳐냈다. 선방은 거기까지였다. 바로앞 6야드라인쯤에 떨어지는 공을 어느틈에 갤럭시 문전에 침투한 퀘익스 수비수 라이언 카크레인이 대번에 받아차 결승골을 만들었다.

수비전문 카크레인의 시즌 1호골은 비단 이날 경기의 결승골만이 아니었다. 지난 겨울 재창단된 퀘익스는 올해 처음 오클랜드에서 승리를 맛봤다. 퀘익스가 올해 갤럭시에 승리를 거둔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 이전에 오클랜드 매카피 콜러시엄에서 퀘익스가 득점맛을 본 것 또한 이날이 처음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퀘익스의 99전 베테런 수문장 조 캐넌은 마치 리그우승이라도 차지한 듯 1루수 덕아웃쪽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함께 신나는 춤파티를 벌였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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