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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츠 맷 카인, 신들린 완봉승

2008-07-2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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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9이닝 4안타 4삼진 0실점

연봉 100만달러의 7년차 우완투수 팀 레딩(워싱턴 내셔널스)은 정말 잘 던졌다. 8이닝동안 97개의 공을 뿌리며 7차례 안타를 맞았지만 딱 한번만 빼고는 다 산발안타였다. 딱 한번 집중타가 점수로 연결됐다. 그래봤자 1점뿐이었다.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은 5개를 잡았다.

레딩의 눈부신 호투는 그러나 승리가 아니라 패배와 연을 맺었다. 기막히게 잘 던지고 기막히게 패배를 당했다. 하필 그의 피칭맞수 맷 카인(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사진)이 레딩보다 딱 한눈금정도 더 빼어난 피칭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던져도 상대가 더 잘 던지면 아쉬운 패배를 당할 수 있고, 아무리 못 던져도 상대가 더 못 던지면 쑥쓰러운 승리를 건질 수도 있는 것이 야구다. 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승리를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 야구, 나아가 승부가림이 지배하는 스포츠판의 법칙이다.

연봉 95만달러의 4년차 우완투수 카인의 24일 홈구장 퍼포먼스는 가위 신들린 피칭이었다. 9이닝동안 볼넷 하나 없이 산발 4안타만 맞고 4삼진을 낚으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13개의 공 가운데 81개가 스트라익존에 걸렸다. 삼진 욕심이나 성급한 승부욕에 사로잡혀 위험이 따르는 피칭을 하지 않고 거의 철저하게 맞춰 잡는 피칭 패턴을 유지한 것이 완봉승의 보약이 됐다. 내셔널스 타자들은 이거다 싶어 휘둘렀다 번번이 땅볼 아니면 뜬볼로 퇴각했다.


이날 경기의 유일득점(자이언츠 1대0 승)은 8회말에야 나왔다. 선두타자 스티브 홀름이 좌전안타로 출루하자 브루스 보치 감독은 대주자 유지니오 벨레즈를 내보냈다. 후속타자 카인의 투수앞 번트로 벨레즈 2루까지 전진. 이어 이날의 또다른 히어로 데이브 로버츠가 중전안타로 벨레즈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지리한 0의 행렬을 끝냈다. 무릎 수술로 인한 장기결장 끝에 모처럼 선발출장한 노장 로버츠는 수비에서 2루타성 타구를 멋지게 잡아낸 데 이어 공격에서 딱 한방이 필요할 때 딱 한방을 터트렸다.

위기 뒤에 기회, 기회 뒤에 위기라던가. 그토록 잘 던지던 카인이 곧바로 9회초 위기를 맞았다. 상대투수 레딩을 대신해 등장한 첫 타자 플로레스를 헛스윙을 삼진으로 돌려보낸 것까지는 좋았으나 안도는 일렀다. 그때까지 2안타만 내주고 끝내주게 버틴 카인이 갑자기 흔들렸다. 해리스에게 내야안타를 맞은 데 이어 구즈만에게 2루타를 맞고 1사 1,3루. 해리스의 판단이 조금만 빨랐더라면 동점이 될 뻔했다.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이 터벅터벅 카인에게 걸어갔다. 불펜에는 특급마무리 브라이언 윌슨이 몸을 다 풀고 출격신호만 기다리고 있었다. 카인은 완투의사를 밝혔다. 보치 감독은 그를 예우했다. 교체 없이 그냥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카인은 다시 카인으로 돌아왔다. 후속타자 라이언 지머만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타구가 얕은데다 우익수 랜디 윈이 홈플레이트의 벤지 몰리나를 향해 완벽하게 공을 뿌려 홈으로 스타트를 끊었던 3루주자 해리스는 도로 3루로 돌아가야 했다. 점수는 여전히 1대0. 한숨을 돌린 카인은 마지막 타자 오스틴 컨스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신들린 완봉피칭의 대미를 장식했다(시즌 6승8패).

카인이 완봉승을 거둔 것은 2006년 5월21일 오클랜드 A’s와의 원정경기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자이언츠 투수들의 완봉승 기록으로는 2006년 8월21일 노아 로우리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거둔 이후 처음이다. 자이언츠는 홈에서 3연전 시리즈 싹쓸이 승리를 거둔 것은 올시즌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자지언츠는 지난 6월 6일부터 9일까지 내셔널스와의 원정 4연전에서도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자이언츠는 43승58패, 내셔널스는 38승64패가 됐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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