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의 스튜디오에서 리허설중인 1인극 ‘기적(the Most Wonderful Thing)’의 연출자 홍주영(오른쪽), 배우 케이트 줄리아노, 무대감독 박연아씨
한국의 연극계와 영화계에는 대학시절의 전공과 무관하게 ‘판’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연극, 영화를 전공으로 개설한 학교가 현재처럼 많지 않았고 학생들이 장래희망을 방송국 PD가 아닌 연극 연출가나 영화감독으로 정할만큼 한국에서 공연, 영상 예술이 주류 코드로 자리 잡은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취미로 가입한 대학 연극반 활동에 빠져 아예 그길로 나간 ‘공대생’, ‘문과대생’ 혹은 ‘사회학도’ 들이 오히려 전공 출신들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4일부터 이스트빌리지의 호스 트레이드 극장에서 ‘가장 놀라운 것(기적)’을 올리는 연출가 홍주영씨도 이런 대표적인 예에 속하는 연극인이다. 서강대에서 사회학과 신문방송을 공부한 홍씨는 졸업 후 극단 ‘비파’ 등에서 활동하다가 2002년 미 사라로렌스 대학교에서 연출과 극
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학위를 받자마자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학교와 무대에 자리를 잡기 위해 돌아가는 대부분의 유학생들과 달리 고집스럽게 뉴욕에 남아서 자신의 작품을 꾸준히 실험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입센의 ‘인형의 집’ 주인공인 노라에 관한 이야기로 집을 나간지 몇 시간이 흐른 후 노라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케이트 줄리아노 주연의 여성 1인극이다. 극본은 연출가 이윤택씨의 딸인 이채경씨가 썼고 무대감독은 박연아씨가 맡았다. 무대에는 홍씨가 직접 제작한 비디오 영상이 배경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홍씨는 “지난해 말 뉴욕에서 우연히 만난 이채경 작가에게 노라에 관한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마침 작가도 쓰고 있는 작품이 있다고 반겼다”며 “이후 4~5번의 수정을 거쳐 1인극 형태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지난해에도 1인극 ‘보이체크: 그리고 그 후로’를 공연한 바 있다.
다국적 연극인들의 집단 ‘T.M.L. 인터내셔널시어터’와 계속 작업하고 있는 홍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풍부한 인적 자원과 저렴한 무대 임대료, 관객의 수준 등 뉴욕만이 줄 수 있는 혜택과 문화적 여유를 최대한 즐기고 있는 듯 했다. 홍씨는 “펀딩을 받거나 돈을 버는 건 아직 힘든 일이지만 연극을 기획하고 만들어 내는 것 자체는 이제 자신이 생겼다”며 “ 3편쯤 올리고 나니 이젠 제법 고정 관객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공연은 24일부터 27일까지. 문의:917-574-0161. 호스 트레이드 극장 85E. 4 St(2nd~3rd 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