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왼쪽)과 카미유가 아파트에서 입씨름을 하고 있다.
프리츠 랭·브리짓 바르도 출연 예술작품
전형적 영화제작의 틀을 뒤집어엎는 프랑스 감독 장-뤽 고다르의 1963년 작. 무너져 내리는 부부관계와 스튜디오 체제가 붕괴된 후의 국제 합작 영화제작 그리고 소설을 영화로 각색할 때 오는 여러 가지 난제 등을 다루고 있다. 원작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정오의 귀신’.
제목은 여주인공 카미유가 남편인 영화 각본가에 품고 있는 감정을 나타낸다. 고다르의 영화여서 이해하기 쉽지는 않지만 예술영화 팬들에겐 큰 만족감을 줄 작품으로 브리짓 바르도의 탐스런 맨살 엉덩이와 독일의 명장 프리츠 랭의 모습만 보는 것으로도 족하다. 고다르가 랭의 조감독으로 공연한다.
장소는 로마. 프랑스인 각본가 폴(미셸 피콜리-중절모를 쓰고 시가를 문채 목욕한다)은 연극 작품을 쓰는 것이 꿈이다. 그의 무르익은 육체를 지닌 아내 카미유(바르도)는 낭비벽증자.
폴에게 미국인 제작자 제레미(잭 팰랜스)가 호머의 ‘오디세이’를 영화화할 예정이라며 각본을 써 달라고 제의, 폴은 이를 수락한다. 영화는 독일인 감독 프리츠 랭(본인 출연)이 연출한다(영화 속 영화장면과 함께 영화 제작 과정 등이 묘사된다).
폴이 영화 각본을 쓰는 것을 알고 카미유는 신념 모자라는 남편을 더욱 경멸한다. 그리고 카미유는 제레미에게 접근한다. 제레미와 카미유는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몰고 달리다 대형트럭과 충돌, 트럭 타이어에 깔려 죽는다.
국제 합작영화 제작 과정의 여러 함정들과 시네마스코프(랭은 이 형태를 싫어했다) 그리고 고전적 주제에 관한 심리적 해석 및 바르도의 엉덩이에 관한 영화로 흥미 있다.
진공상태와도 같이 장식 없는 폴의 아파트에서 폴과 카미유가 장시간 말씨름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카메라가 한 번도 아파트를 떠나지 않는 실시간처럼 느껴지는 이 장면은 라울 쿠타르 촬영감독의 재주가 역연한 명장면이다. 팰랜스가 ‘셰인’에서 악역 이후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피콜리도 잘 한다. 외눈 안경을 쓴 랭의 냉소적인 신과도 같은 모습이 재미있다.
조르지 들르뤼의 음악과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파란 바다 등 경치도 좋다. 성인용. 17일까지 뉴아트 (310-281-8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