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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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클럽-은행차압매물(REO)매물의 전성시대

2008-06-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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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LA의 본격적인 여름날씨를 맛본 한 주였다. 바닷가를 제외한 로스엔젤레스 전지역이 100도를 넘었다. 한 밤에는 여전히 더운 2층 침실로 올라갈 생각을 아예 접고 시원한 1층 거실에서 담요 펴서 가족들과 함께 TV 보면서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수박화채 만들어 먹으니 이 또한 뜨거운 여름에만 가능한 괜찮은 풍경이다 싶다.
이럴 때는 계단이 없어 편리한 단층주택보다는 오히려 2층 주택의 2층이 한 낮의 뜨거운 열기를 막아주는 효자 노릇을 한다. 밤은 이슥하고 가족들은 잠이 들고 산과 계곡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마냥 시원하다.
에어컨을 끄고 스탠드 불빛 아래로 책 하나 집어 드니 계절을 잊어먹은 귀뚜라미 소리가 더욱더 크게 들린다.
이번 6월은 한마디로 난리(難離)였다. 은행차압매물, 즉, REO매물을 찾는 고객들의 문의로 일주일 내내 전화에 매달렸다. REO매물이 주택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2,3일만에 금방 팔려 나갔다.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만 여러 분이다.
그러니 이러한 REO매물 중에도 가장 잘 나가는 40만대 매물은 항상 오퍼가 10~15개가 같이 들어온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이던 한창때에 자주 접했던 멀티플오퍼(multiple offer)이다.
이렇게 한 주택에 여러 오퍼가 같이 들어오니, 가격은 시장에 나온 가격에다 3만에서 4만의 웃돈을 붙여야만 당첨되는,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빈곤 속에 풍요인가. 부동산 시장이 불황기인데 불구하고 오히려 집을 사기가 더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리스팅을 은행으로부터 할당받아 시장에 내놓는 에이전트들은 최고의 성수기를 맞고 있다. 얼마나 바쁜지 에이전트끼리의 문의전화도 아예 받지 않는다. 콧대가 얼마나 센지 말도 못한다.
에이전트 상호간에 그 주택에 관해 설명해주는 대외비 안내사항인 ‘Confidential Remarks’에도 “저에게 이 집에 관해서 전화하지 마시오. 컴퓨터 MLS에서 빠져있으면 팔린 거고, 아직 그냥 있으면 안 팔렸으니 오퍼 쓰고 싶으면 쓰시고 알아서 하십시오”다.
원래 지역별로 이름이 나 있는 실력 있는 에이전트들은 오랜 기간 서로간의 많은 주택거래를 통해 상대방을 잘 알고 지내는데, 요즈음의 REO매물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들은 대부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생소하기도 하고, 게다가 주택거래의 첫걸음인 에이전트간의 첫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오만함까지 곁들여 있으니, 지금의 주택시장의 상황을 난리라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하루에서 수십통씩 문의전화가 오니까 아예 질겁을 하는구나 하고 이해는 하지만 부동산에이전트로서의 매너와 예의를 포기하는 비전문성은 꼭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다.
REO매물의 인기가 좋은 이유가 여기 있다. 우선 가격이 낮다. 지은 지 몇 년 안되는 주택인 경우 처음 분양가격보다 훨씬 싸게 나와 있다. 이렇게 가격이 낮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집주인이 페이먼트를 못하고 6, 7개월이 지나면, 은행이 경매를 통해 그 주택을 처분한다. 이 때 경매는 가격이 상당히 낮게 시작해서 일반적으로 해당주택가격의 은행대출금의 50%조차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으로서는 손해가 너무 심하다. 그래서 경매를 통해 주택을 처리하는 것보다 다시 주택시장에 내놓고 판매하는 게 오히려 은행으로서는 손해분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다.
이때는 경매가격보다는 높게 일반 시장가격보다는 낮게 내놓는데, 이렇게 내려놓으니 오퍼가 여러 개 들어오고 다시 가격이 3,4만 이상 붙여지니 은행으로서는 수많게 쌓여있는 재고주택들을 처리하는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밖에.
일부에서는 지금 주택시장에서 숏세일과 REO매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앞으로의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고 주택경기는 향후 2, 3년이 더 걸려야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하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런 방향의 진단이라면 숏세일매물과 REO매물들도 잘 안 팔려야 맞아 떨어진다. 근데 지금은 숏세일매물과 REO매물이 쉴 새 없이 팔려서 에스크로에 들어간다.
무엇을 의미할까? 기다리는 바이어가 엄청 많다는 이야기다. 단지 그 많은 잠재바이어들이 여전히 주택가격의 바닥이 언제일까 하고 예의주시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바닥이라고 판단되는 그 때, 일제히 움직일 바이어의 쓰나미로 또 다른 난리를 미리 예상하고 걱정한다면 너무 속보이는 기우(杞憂)일까.
(661)373-4575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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