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 3 - 2 인디언스, A’s 5 - 2 필리스
2008-06-25 (수) 12:00:00
자이언츠가 2대1로 앞선 가운데 9회초 자이언츠 공격. 선두타자 어릴리야가 바뀐 투수 고바야시로부터 볼넷을 얻어냈다. 9회말 마지막 공격을 기대하며 9회초 마지막 수비가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라던 클리블랜드팬들은 숨을 죽였다. 후속타자 카스티요 우익수 앞 얕은 안타. 어릴리야는 단숨에 3루까지 뛰었다. 무사 1, 3루. 호위츠 2루수 앞 땅볼아웃. 타구가 너무 빨라 카스티요는 2루까지 뛰었으나 어릴리야는 3루에 그대로 묶였다. 인디언스팬들은 환호했다. 1사 2, 3루.
이어 등장한 타자는 오마 비스켈. 이날(24일) 원정경기에서 2번 땅볼로 물러나고 3번째는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노장 유격수였다. 인디언스팬들의 반응이 희한했다. 그 아슬아슬한 순간에도 비스켈의 등장을 박수로 환영했다. 실은 경기 전부터 비스켈에게 몰려들어 사인공세를 펼치고, 이전 타석에서도 우리는 오마를 사랑한다 여기에 홈런을 등 다양한 문구가 적힌 카드보드 등을 들고 적이 된 옛동지를 따스하게 맞이한 그들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11년동안 인디언스의 유격수로 활약한 비스켈과의 옛정이 이날의 승부보다 더 뜨거운 것 같았다. 아마도 그들은 비스켈은 비스켈대로 잘하고, 승리는 인디언스몫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비스켈은, 물론 전공인 수비에서는 무결점이었지만, 공격에서는 3번 나와 3번 모두 헛걸음으로 물러선 터였다.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쐐기 1점이 필요한 그 순간 대타를 쓰지 않았다. 대신 모종의 사인을 보냈다.
고바야시의 공이 왼쪽 배터스박스에 선 비스켈의 바깥쪽 낮게 깔렸다. 3루주자 어릴리야가 죽어라 홈으로 질주했다. 홈스틸. 비스켈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갖다댄 방망이에 볼은 3루쪽 파울라인 약간 안쪽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100% 안착번트. 인디언스는 알면서도 당했다. 어차피 어릴리야는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3루수 블레익은 타자주자 비스켈이라도 솎아내려고 서둘러 맨손으로 볼을 잡으려다 한번 빠뜨리는 바람에 비스켈마저 살아나갔다. 후속타 불발로 추가득점은 없었지만, 비스켈의 번트에 의한 득점은 결과적 결승점이 됐다. 비스켈은 9회말 수비에서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고 좌익수 앞으로 흐를 뻔한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 2루로 뛰는 1루주자를 가볍게 잡아내며 인디언스의 추격불길을 껐다.
자이언츠는 9회말 1점을 허용했으나 이 점수 덕분에 1954년 이후 54년만에 찾아간 클리블랜드에서 3대2 승리를 거뒀다. 자이언츠 선발투수 조나단 산체스는 7.2이닝동안 산발 5안타와 2볼넷으로 1점만 내주고 8명을 삼진아웃으로 돌려세우는 호투로 시즌 7승째를 올렸다. 인디언스팬들은 인디언스를 떠난 뒤 처음 찾아온 비스켈이 헛스윙을 하든 호수비를 하든 쐐기점수 유도 킬러번트를 하든 상관없이 열렬한 박수와 함성으로 환대했다. 팬들의 성화에 도중에 커튼콜까지 해야 했던 비스켈은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가슴 벅차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한편 인디언스의 지명대타로 출장한 추신수는 4타석 3타수 0안타 1볼넷에 그쳤다.
오클랜드 A’s는 25일 홈구장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 조 블랜턴이 호투(7이닝 4안타 1실점)하고 에밀 브라운(3점홈런) 잭 커스트(투런홈런) 등이 홈런포를 터뜨린 데 힘입어 5대2로 승리했다. 블랜턴은 4회 팻 버렐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 말고는 흠결없는 피칭을 선보이며 4연속 선발등판 패전의 사슬을 끊고 승리투수가 됐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