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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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치매

2008-06-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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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2년 전 91세로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장수는 하셨지만 돌아가시기 전 5년 정도 치매로 외동딸인 어머니를 무척 고생시키셨다. 나중에 할머니는 자신이 그렇게 아끼고 귀여워하시던 하나뿐인 외손녀도 알아보지를 못하셨다.

할머니의 푹 꺼진 입과 퀭한 눈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서 있는 손녀에게 “뉘신가?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하시거나 “그래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셨소?”하고 묻기도 하셨다.

그래서 나이를 말씀 드리면 “아이고,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그래 결혼은 하셨소?” 하셔서 나는 가슴이 메어지곤 했다. 어머니가 보시다 못해 “엄마, 엄마 손녀야” 하시면 “뭐?”하고 나를 한참 쳐다보시다가 “아니야, 아냐”하고 고개를 옆으로 흔드시곤 하셨다.


할머니 기억 속의 외손녀는 긴 머리를 참빗으로 빗겨주시던 포동포동하고 복스러운 어린 소녀일 수도, 대학교를 갓 졸업한 꿈이 가득한 처녀일 수도 있다. 할머니 앞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든 여성은 낯선 사람이었을 것이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주위에는 부모님의 치매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친한 친구 중 하나도 어머니가 치매여서 어머니의 서서히 부서지는 모습에 우울해 하곤 한다.

우리 할머니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감지하셨는지 며칠씩 음식을 거절하셨던 적이 두어 번 있어 나와 어머니의 애간장을 타게 하였었다. 그런데 죽고 싶다고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과 죽음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치매는 유전인 경향이 높다는 이유 때문에 집안의 이런 내력이 치매와 치매 예방에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미국의 기대수명은 현재 거의 80세에 달하고 2050년이면 백살까지도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래서 요새는 “예순 살은 새로운 마흔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 만큼 오래 사는 것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치매는 뇌신경의 이상에서 오는 병이고 뇌는 하나의 근육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운동을 해 주어야 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뇌 근육의 가장 효과적인 운동은 외국어 암기, 숫자 암기나 암산 등이 있고 손가락, 발가락을 반복해서 옴지락옴지락 쥐었다 폈다 하며 움직여 뇌신경에 자극을 주는 잼잼이 있다.

특히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같은 동작을 되풀이 하면 엔돌핀도 생산이 되어서 간단하게 면역력도 높이고 뇌신경에 자극을 주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분노하거나 슬퍼하면 면역력이 상실되고, 용서하고 감사하는 마음, 긍정적이고 평화로운 마음을 가지면 면역력이 높아진다. 화날 때 그냥 바보처럼 ‘히히’하고 소리를 내어 웃자.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건강해질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자신과 주위에 밝은 빛과 따뜻한 마음을 보낸다면 어두운 생각과 병을 밀어낼 수 있고 우리 사회는 그만큼 밝아지고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예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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