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제조기 부진에 매리너스 성적도 밑바닥
슬럼프 씻고 8연속 200안타 가능할까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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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스즈키(34, 시애틀 매리너스). 일본 프로야구에서 7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하는 등 최고 교타자로 군림했던 그가 2000년 겨울 연봉 400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을 때 야구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일본에서 쌓아올린 전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다,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통했다. 적응기를 거칠 것도 없이 단박에 통했다. 단지 통한 것만도 아니다. 영어가 서툰 그는 기록으로 말하며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안쪽이든 바깥쪽이드, 높든 낮든, 볼에 방망이를 갖다맞히는 능력에 관한 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도시락 싸들고 찾아다니며 배워야 할 정도로 그는 탁월했다. 누상의 주자 위치에 따라 밀고 당기는 재주도 일품이었다. 그의 무기는 방망이뿐 아니었다. 빠른 발과 센스있는 주루플레이. 안그래도 빠른 발에다 그가 왼쪽타자여서 얻는 프리미엄까지 얹혀졌다. 또 공에 방망이가 맞기도 전에 몸이 먼저 1루를 향해 치닫는다 할 정도로 빠른 스타트는 홈에서 1루까지 거리를 확 단축시켰다. 다른 선수 같으면 아웃될 내야땅볼로 숱한 안타를 만들어낸 비결이다. 또 있다. 이치로의 빠른 발을 의식해 내야진이 전진수비를 펼치면 살짝 키를 넘기는 바가지 안타로 골탕을 먹였다.
그렇게 쉽게 쉽게 만드는 안타로 그는 데뷔 첫해(2001년) 무려 242안타를 생산했다. 반짝 홍두깨질이 아니었다. 그후로 줄곧 200안타를 쳤고, 2004년엔 262안타로 메이저리그의 한시즌 최다안타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치로의 진가는 수비에서도 빛을 발했다. 가끔 중견수, 주로 우익수를 맡은 그는 작은 체구(5피트11인치/172파운드)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능력을 갖춰 주자들이 깊숙한 안타 때 한 베이스를 더 훔치려다 번번이 그의 미사일송구에 아웃되곤 했다. 일본에서 타자로 입신하기 이전에 그는 고교까지 투수를 맡아 외야 깊숙한 곳에서 홈까지 거의 라이너성 볼을 뿌릴 수 있음이 거듭 증명된 뒤 상대팀 주자들은 이치로 앞 안타로는 좀체 추가전진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남자가 올해들어 조용하다. 4일까지 총 60게임에 출장, 249타석에서 72안타밖에 제조하지 못했다. 이것도 엄청난 다수확이지만 이치로치고는 흉작이다. 지금 같은추세라면 올해 예상수확량은 194안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0안타 미만에 그칠 전망이다. 타율도 2할8푼9리에 그쳐 통산타율 3할3푼1리에 크게 못미친다.
때문에 중계석에서 툭하면 흘러나왔던 “이치로, 이치방(넘버원)” 소리도 잦아들었다. 슬슬 그의 몸값이 들먹여진다. 2001년 400만달러에 불과(?)했던 그의 연봉은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나 2007년 1,253만1,000달러를 찍고 2008년에는 무려 1,710만2,149달러다. 대략 200안타로 환산하면 안타 1개에 8만5,500달러가 조금 넘는다. 이 금싸라기 안타가 올해 확 줄어든 이유는 뚜렷하게 짚히는 게 없다. 부진 아닌 부진이 까닭 모르게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공격선봉 이치로의 부진은 매리너스의 부진으로 고스란히 연결되고 있다. 매리너스는 4일 현재 21승9패로 아메리칸리그 웨스트 디비전 맨꼴찌에 박혀 있다. 이치로의 부진은 또 마쓰이(양키스)의 맹타와 대비돼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그러나 이치로의 방망이는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다. 그가 슬럼프에서 헤어나 몰아치기 안타행진을 벌이게 될까.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