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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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존스와 수정해골 왕국’

2008-05-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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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존스와 수정해골 왕국’

인디가 매리온이 모는 파괴된 트럭에서 적의 차로 뛰어들려고 하고 있다.

‘인디애나 존스와 수정해골 왕국’

페루 원주민의 공격을 받는 머트와 매리온.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½(5개 만점)

65세의 해리슨 포드
생기 넘치는 연기 여전
손에 땀쥐는 모험 연속

중절모에 가죽점퍼 그리고 가죽 채찍을 휘두르는 대학 교수요 고고 학자이며 또 모험가인 인디애나 존스가 19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옛 친구 만난 듯 반가운데 65세 된 해리슨 포드가 에너지가 넘치고 신이 난 연기를 인디 특유의 냉소적이요 위트 있는 농담을 섞어가며 해낸다. 물론 스턴트맨을 썼겠지만 포드의 순전한 육체적 연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씩씩한데 영화를 보면서 저러다 성한 뼈가 없겠구나 하고 걱정까지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조지 루카스가 제작한 시리즈 제4편은 그러나 제1편보다 재미와 서술적 믿음성이 다소 부족하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한 20분간 액션이 콩 튀듯 하다가 중간에 가서 기력이 쇠잔하다는 듯 얘기가 질질 끌려 다니다시피 해 하품이 나올 지경. 그러다가 길고 긴 마지막 부분에 가서 중간 부분의 이완을 보상이라도 하겠다는 듯 액션과 스릴과 스턴트와 특수효과가 완전히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질주한다. 스필버그는 과거 총 3편의 시리즈의 흥분을 능가해야 하겠다는 듯이 도저히 상상 못할 온갖 액션으로 후반부를 장식한다. 너무 지나쳐 오히려 시각과 다른 감관이 피곤하다. 또 내용이 너무 황당무계하고 뻥이 심해 거의 허전한 느낌마저 주는데 사실 얘기는 순전히 액션과 스릴을 위한 횡설수설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재미 하나만은 굉장하다.
1957년 미-소간 핵 경쟁이 치열하던 냉전시대. 초능력 과학자로 러시아의 여 스파이인 이리나 스팔코가 미군으로 위장한 소련군과 함께 납치한 인디를 차 트렁크에 싣고 네바다의 핵 실험장에 도착한다(이리나 역의 케이트 블랜쳇이 새카만 단발머리에 새파란 눈을 하고 허리에 가늘고 긴 검을 찬 채 심한 액센트를 쓰면서 매서운 연기를 하는데 인디의 적수로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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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가 달리는 차에서 기관총을 쏘고 있다.

이리나는 기지 창고 내 보관된 미라화한 정체불명의 유해를 찾아내기 위해 인디를 잡아온 것인데 이 유해는 사람에게 초능력을 줄 수 있는 수정해골과 관계가 있다. 이리나는 핵 대신 이 초능력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리나가 인디를 수정해골이 있는 남미로 데려가기 전 요란한 액션(핵폭발까지 일어나는데 인디는 냉장고 속에 숨어 살아남는다-이것을 비롯해 얘기는 믿거나 말거나 식)과 함께 인디는 소련군을 때려누이고 도주한다.
여기서 잠간 숨을 가다듬기 위해 대학교로 돌아온 인디는 사상불순 혐의로 FBI의 수사를 받으면서 교직서 장기 정직처분을 받는다. 짐을 싸들고 교정을 떠나는 인디에게 가죽점퍼에 캡을 쓰고(‘난폭자’의 말론 브랜도를 흉내 냈다) 모터사이클 탄 새파랗게 젊은 머트 윌리엄스(샤이아 라부프)가 찾아와 남미 정글의 탐험가로부터 받았다는 상형문자와 그림으로 된 편지를 보여준다. 이 편지 내용은 수정해골의 소재지를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이어 대학 교정 내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추격 액션이 일어난다.
인디와 머트(그는 위기에 처해서도 지니고 다니는 빗으로 머리를 빗는 스의치블레이드의 명수다)는 편지 내용을 따라 페루의 정글에 도착한다. 그리고 둘은 동굴 속에서 수정해골을 찾아낸다. 그런데 가지 모양을 한 수정해골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스필버그의 ‘E.T.’와 ‘제3세계와의 조우’ 등을 생각하면 된다).
동굴에서 나오는 인디와 머트를 기다리던 이리나와 그녀의 졸개들이 둘을 포로로 잡고 또 수정해골도 빼앗는데 이 해골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주인이 여러 번 바뀐다. 여기서 이리나가 잡은 또 다른 포로 2명이 소개되는데 하나는 시리즈 제1편에서 인디의 연인이었던 매리온(캐런 앨런-역시 반가운데 탐보이 같은 앨런이 활기차고 우스운 연기와 대사로 인디의 좋은 보조역을 한다)과 유적 발굴을 하다가 돌아버린 인디와 지기인 악슬리 교수(존 허트). 그리고 만나자마자 사랑싸움을 하는 인디와 매리온의 말다툼 과정에서 머트의 정체가 드러난다.
머트의 기지로 인디와 매리온과 악슬리 등이 도주를 시작하면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추격과 액션이 작렬하는데 보는 사람의 숨이 턱에 닿을 지경이다. 정글을 달리는 차와 차간의 충돌과 주먹질과 총격 그리고 달리는 차위에서 멋과 이리나가 펜싱 대결을 벌이는가 하면 머트가 원숭이들과 함께 타잔식 공중회전을 하고 빨간 식인 개미떼에 의해 여러 ‘나쁜 놈’들이 비명을 지르며 개미 밥이 된다.
이어 인디 일행은 차에 탄 채 세 번이나 거대한 폭포를 타고 아래로 떨어지면서 “악 악”하고 소리를 질러댄다. 이런 고생을 했는데도 사지가 멀쩡한 인디 일행과 이리나 일당은 수천년된 회전돌방에서 마지막 대결을 한다.
악슬리와 함께 소모된 역이 인디의 옛 동료로 전직 영국 첩보부원 조지(레이 윈스턴). 조지는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면서 성가시게 군다. 머트 역은 새 시리즈를 위해 아주 잘 만들었는데 그와 인디가 다시 시리즈에 나올듯한 느낌이 든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영화다. PG-13. Paramount. 전지역
한편 패라마운트는 시리즈 제4편 개봉을 맞아 시리즈 전 3편을 묶은 특별판 DVD 박스세트를 출시했다. 세트로도 살 수 있으며 개당 가격은 27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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