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속의 ‘검은 산적’(왼쪽)과 알렉산드리아.
화려한 영상미 갖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영화란 바로 이런것”
이런 것이 바로 영화다. 상상력과 그것에 의해 엮어가는 환상적인 얘기가 바로 영화라면 이 영화야말로 영화의 모범답안이다. 또 이 영화는 영화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인도 감독 타르셈이 4년에 걸쳐 인도, 중국, 나미비아 및 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 18개국에서 찍은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휘황찬란하고 슬픈 동화다. 타르셈은 TV 광고 작품과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한 사람인데 그가 담아낸 알록달록한 영상미는 필설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화려하고 또 몽환적이다. 이처럼 아름답고 호화스러우며 또 어지러울 만큼 초현실적인 이미지는 아마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1915년 LA의 한 병원에 영화 촬영 중 다리를 다친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가 입원한다. 그의 병실로 찾아오는 것이 팔이 부러져 캐스트를 한 커다란 눈을 가진 유럽계 이민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운타루). 영화는 로이와 알렉산드리아의 병원 내 현실과 로이가 소녀에게 들려주는 환상적인 사랑과 모험의 얘기가 서로 섞어들며 진행된다.
로이가 소녀에게 들려주는 얘기는 검은 마스크를 한 ‘검은 산적’(페이스)등 5명의 각기 세상 다른 곳에서 온 영웅들이 사악한 권력자가 자행한 불의에 대해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로이는 자신의 두 다리가 무용지물이 된 것에 절망, 자살할 모르핀을 소녀에게 가져오라고 시키기 위해 얘기를 지어낸 것이다. 로이가 다음 얘기를 궁금해 하는 소녀에게 모르핀을 가져다 줘야 계속하겠다고 하자 소녀는 병원 내 약품실에서 모르핀을 훔친다. 그리고 로이의 얘기는 계속된다.
5명의 영웅들은 사악한 귀족을 징벌하기 위해 바다와 강과 사막과 광야를 거쳐 대장정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모험과 액션이 벌어진다. 그리고 ‘검은 산적’은 위험에 빠진 아름다운 여인과 로맨스까지 갖는다. 얘기가 비극적으로 끝나려 하자 알렉산드리아는 자기가 얘기 속에 뛰어들어 이 비극을 막으려한다. 놀랍고 눈부신 영상미와 재미있는 옛날 얘기가 잘 조화를 이룬 영화로 로이와 소녀간의 호흡이 아주 고른데 루마니아인인 운타루가 경탄할 연기를 한다.
R. 랜드마크(310-281-8233), 아크라이트(323-464-4226), 브로드웨이(샌타모니카), 타운센터5 (818-953-9800),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유니버시티(어바인), AMC30(오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