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큰 코 다친다
어차피 차압당할 바엔 집 페이먼트를 내지 말고 오랫동안 버티다가 그냥 나가버릴까? 변동 이자율 조정 등으로 모기지 페이먼트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라가고, 집값도 떨어져 팔아봐야 모기지 부채도 갚지 못할 지경이 되자 많은 홈 오너들이 페이먼트를 내지 않고 최대한 오래 버티다가 집에서 나가면 어떨까 하는 유혹을 받는다. 어차피 차압으로 집은 뺏기게 됐고 차압 절차가 마무리돼 강제퇴거 당할 때까지 6개월 이상 최대한 오래 버티면 사는 만큼 이익이라는 계산에서다. 이왕에 망가지는 크레딧, 페이먼트를 안 냄으로써 수천달러 많게는 몇 만달러는 건지겠다는 이런 필사의 탈출작전은 실제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주·플로리다·네바다 등서 기승
프레디맥·은행 등 강력 처벌 경고
5년간 주택융자 꿈도 못꾸고
‘떼먹은’ 액수만큼 소득세 물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작전을 구사했다가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차압을 가볍게 여겼다간 큰 코를 싸매게 될 것이라고 관계기관과 은행은 경고하고 있다. 장장 5년간 주택융자를 다시는 받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 극히 어려운 판에 연방 소득세도 두들겨 맞게 된다는 것이다.
모기지 공사 패니매의 한 관계자는 “집 페이먼트를 안 하고 6개월 이상 버티다가 은행에 집 열쇠를 넘겨주고 나가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청난 고통이 뒤따를 것”이라며 쉬운 해결책에 유혹당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패니매는 모기지 은행들에게 보내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통해 차압기록이 있는 경우 3월31일 이후는 5년 동안 모기지 융자를 금하겠다고 밝혔다. 문서화된 정상 참작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3년간 금지된다.
또 5년이 경과해도 차압 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최소 다운을 10% 이상 해야 하며 크레딧 최소 점수도 680점 이상이어야 한다.
프레디맥도 차압에 대해 강경하다. 차압이 봇물을 이루면서 많은 홈 오너들이 차압을 가볍게 여기지만 프레디맥은 차압을 7년 동안 크레딧 상의 ‘중요 흠결’로 간주한다. 결코 가볍게 보지 않으며 악의적인 도피성 차용인에 대해서는 철저한 추적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페이먼트 안 내고 버티다가 집 버리고 나가는 작전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과거 주택 광풍이 불었던 지역에서 특히 횡행하고 있다. 플로리다, 네바다 등지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들 지역의 많은 홈 오너들은 주택 가치보다 모기지 부채가 많은 처지다.
올해 들어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에 들어간 홈 오너들을 돕겠다는 광고와 웹사이트들은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회사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하지 않고도 8개월은 더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개별 플랜 짜 주는 수수료를 895달러 요구하고 있다.
또 한 사이트는 크레딧을 수선할 수 있으며 “2년이면 다시 집을 살 수 있다”고 선전하며 수수료 495달러를 요구한다.
렌더가 차압 파일을 하는 동안 장장 1년까지는 페이먼트를 내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사이트들도 있는데 그 요령을 담은 키트를 995달러에 팔고 있다.
크레딧 점수 FICO 개발사인 페어 아이작사는 차압을 최소화 한다거나 단기간에 차압기록을 없애준다는 광고는 거짓말일 뿐이라며 크레딧 채점 때 차압은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파산에 버금가는 악재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모든 형태의 크레딧에 악영향을 미쳐 크레딧 카드 신청은 물론, 자동차 융자, 학자금 대출시 지장을 받는다. 심지어 보험 가입이나 취업 때에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
모기지 융자에서 단순히 도피한다고 해서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고 프레디맥의 소비자 담당관은 지적했다. 차용인의 크레딧 기록이 망가질 뿐 아니라 연방 소득세를 추가로 두들겨 맞게 된다.
연방의회는 지난해 모기지 융자 조정 협상을 해서 부채를 일부 탕감 받은 홈 오너에 대해서는 공제액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지 않기로 법을 개정했는데 단, 고의적으로 페이먼트를 회피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이런 특별 감면을 허용치 않는다.
‘떼먹은’ 페이먼트에 대해서는 불로소득으로 간주하여 연방 소득세를 철저하게 물린다는 입장이다.
차압당할 정도면 재정적으로 극히 어려운 상태인데 여기에 소득세까지 두들겨 맞는다면 그 고통은 더 심할 것이다.
프레딕맥이나 패니매에서는 융자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차압 또는 차압을 면하기 위한 등기이전 여부를 물어보는데 만약 ‘예스’라는 답이 나오는 경우 대출 심사는 즉각 수작업으로 넘어가 기재된 모든 정보 하나하나를 심사관이 면밀 점검한다.
진짜 사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은행들은 차용인을 동정하고 돕기 위해 애를 쓴다. 몇 년간 페이먼트를 조정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공짜로 사는데 까지 살다가 그냥 던지고 도망가겠다는 심보가 고약한 차용인에 대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철저하게 징벌을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