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셀나무/ 어른 아이들

2008-04-1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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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50-60대가 된 베이비부머 부모들에게 큰 골칫거리는 20대에 들어선 자식들이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자식들을 둔 부모들의 고민은 그들의 삶이 인생의 목표 없이 되는 대로 살아간다고 생각해서 느끼는 불안과 초조입니다. 이들은 어른이지만 어른아이처럼 행동하기에 어른 아이들(Adult Children)로 불립니다.

어른 아이들은 집안에서 무위도식하는 소위 백수와 백조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른 아이들은 출퇴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일 년 정도 이것 하다가, 또 한해는 저것 하는 등 이직을 밥 먹듯이 하는 현상의 자녀들을 말합니다. 연 수입이 일만 달러 정도에 불과한 사람들이 많아 재정적인 독립은 꿈도 꾸지 못하고, 이 공부 마치고 또 저 공부하겠다고 해 언제나 공부가 끝날 지 기약이 없어 부모들은 노후 계획조차 바꾸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푸념합니다.

자녀들이 일찍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부모들의 이기적인 생각에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자녀들을 힘자라는 데까지, 오랫동안 도와주면 노후에 부모를 더 잘 돌보아 주리라는 이기적인 계산에서도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 있는 하이파 대학교에서 가정 상담 치료사인 이릿 야니르는 부모와 함께 사는 23-27살 사이의 자녀들이 있는 중산층 100가정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설문조사의 결과 어른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비결은 부모와 자녀와의 허심탄회한 관계입니다.


감정적으로 부모와 좋은 관계에 있는 자녀들이 그렇지 못한 자녀들보다 일찍 재정적, 심리적, 감정적으로 독립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부모와 좋지 않은 관계를 갖고 있는 자녀들은 부모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압박감이나, 그 반대의 저항적인 감정의 상태로 말미암아 오히려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부모와 가깝다고 하는 것은 아침마다 자녀를 깨워서 출근하게 한다든지, 매일 아침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물어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모와 벽이 없이 허심탄회한 삶을 사는 자녀가 일찍 독립합니다. 둘째 비결은 자녀들에게 부모의 기대를 보다 확실하고 분명하게 말해 주는 것 입니다. 몇 살 될 때까지 얼마나 재정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등입니다. 그렇게 하면 젊은이 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을 때에 충분한 모험과 실험을 해보고 자신들의 나갈 길을 일찍 잡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민자의 가정도 비슷합니다. 부모의 기대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였지만,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부모가 하시는 그로서리, 세탁소 등에서 일하는 자녀들도 나옵니다. 그로서리나 세탁소가 하지 못할 일이라는 것이 아니라 대학까지 나온 자녀들이 제 전공을 찾아가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어른 아이가 되게 하는 것은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사랑과 대화와 격려 속에 잘하는 분야를 찾아서 일찍 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길라잡이가 될 때 이민자의 가정에서 어른 아이들이 사라질 것입니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목사
삽화 : 오지연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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