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 코맥 버 초등학교 배재윤 군, 숭례문 족자 만들어 급우들에 역사 설명
화재로 불탄 숭례문을 기리며 족자를 만들어 민간대사 역할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한인 2세 배재윤(가운데)군이 미술지도를 맡은 제랄린 루소(오른쪽) 교사와 케리 시세로(왼쪽) 담임교사와 족자를 선보이고 있다.
LI 코맥 버 초등학교 배재윤 군
숭례문 족자 만들어 급우들에 역사 설명
지난 2월 잿더미로 변한 대한민국 국보 제1호 숭례문(남대문)의 화재를 가슴 아프게 지켜본 뉴욕의 한인 2세 초등학생이 숭례문을 기리는 족자를 만들어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을 타인종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민간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롱아일랜드 코맥 버 초등학교 5학년 배재윤(11)군. 숭례문 족자는 지난 2월 세계 각국의 궁궐 건축양식을 공부하던 중 한국일보 신문에서 숭례문 화재사건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지만 인기사극 ‘대장금’을 시작으로 요즘에는 ‘이산’에 이르기까지 사극 드라마를 즐겨보면서 한국의 옛 문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됐다는 배군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된 숭례문을 보면서 자신의 가슴 한 구석도 내려앉았었다고.
배군은 그때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한 시간씩 일찍 등교해 미술실을 찾았고 제랄린 루소 미술교사와 족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족들과 찍은 사진이 있지만 너무 어려서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은 숭례문을 사진으로 보며 색연필로 옮겨 그렸고 서툴지만 한자로 쓰인 현판도 멋지게 흉내를 냈다. 나름대로 고풍스런 느낌을 살리려고 플래스틱 봉지를 이용한 미술기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림을 천에 고정시키느라 다림질하는 작업만큼은 미술교사의 도움을 받았다.
배군은 “족자를 완성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화재 소식을 듣고도 직접 가볼 수 없었기에 숭례문 화재를 보며 느낀 안타까운 마음을 그림으로나마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족자가 완성된 뒤에는 미술시간에 숭례문에 대한 발표로 학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고 이후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의 옛 건축양식과 옛 문화를 설명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술지도를 맡았던 제랄린 루소 교사는 “족자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온 재윤이의 마음이 참으로 놀랍고 가상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문화 속에 살면서 한국에서 성장한 학생 이상으로 한국의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한다는 것은 이민자 학생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4세 때인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매일 한글로 일기를 쓰며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는 배군은 “솔직히 지금 족자의 그림은 정교한 건축무늬를 모두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중학교에 가면 숭례문을 비롯한 한국의 옛 건축물을 정교하게 모형으로 제작해보고 싶다”며 또 다른 프로젝트 도전을 알렸다.
더불어 “한국에서 숭례문 재건축 모금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작아서 입지 않는 옷가지들을 모아 팔아 마련한 기금을 한국에 보내 숭례문이 다시 제 모습을 찾도록 돕고 싶다”는 갸륵한 마음도 전했다.
주당 평균 10여권의 책을 독파하는 독서광인 배군은 피아노, 태권도, 바이얼린 등 다방면에서 고른 재능을 보이고 있으며 2006년에는 롱아일랜드 출신의 미국 시인 월트 위트만 기념사업회 주최 창작시 경연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글재주도 남다르다. 배한우·배은경씨 부부의 1남1녀 중 둘째.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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