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스트 가정 횡포에 눈물

2008-03-30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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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조기유학생들, “돈 챙기고도 부당대우”

조기 유학생인 L군은 중학생이었던 지난 1998년 조기 유학생으로 미국에 오게 됐다. 이후 대학에 입학한 2004년까지 주로 중서부 지역에서 여러 한인 운영 호스트 가정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고 살았다. 특히 그가 고교 4년을 보낸 일리노이주의 호스트 가정은 L군에게 숙소로 지하방을, 식사는 대부분 통조림 음식만 제공했다. 더구나 지하방의 특성상 겨울에 발이 시릴 정도로 추워도 난방비를 아낀다며 히터도 틀지 못하게 했지만 한국에 있는 L군 부모에게는 ‘애가 잘 먹고 잘 지내면서 살도 쪘다’고 거짓말을 늘어놨다고. 현재 UIC 2학년인 L군은 대학에 들어가서야 ‘악몽’ 같은 호스트 가정을 벗어날 수 있었다며 치를 떨었다. 그는 학교 갈 때 라이드 받기 힘들고 집에서도 눈칫밥을 먹었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며 정말 서러웠던 건 부당한 대우에 조금만 항의해도 한국에 돌려보낸다고 협박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분개했다.

최근 상당수 한국 조기 유학생들이 호스트 가정에 의해 ‘착취’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펜실베니아에선 언어 소통이 서툰 한국 조기 유학생들이 기업형 불법 유학원에 의해 학비를 유용당하는가 하면 뉴욕에선 가정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타주처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일리노이주에도 부당한 대우를 받은 조기유학생들이 다수 존재한다. 본보의 취재 결과 일리노이주에 유학 중인 한인 대학생 중 상당수가 중고교 시절 홈스테이를 하던 가정에서 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흔한 사례로는 부실한 식사와 송금 가로채기, 열악한 거주 환경, 무관심 혹은 차별 등이 꼽혔다. 유학생들에 따르면 이들 호스트 가정은 학비 및 생활비 등으로 보통 1인당 1천~1천5백달러, 많게는 2천달러까지도 받고 있으나 실제로 관리 중인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지적이다.

UIUC 3학년인 한인 P양도 마찬가지. 중학교 2학년 때 조기유학을 온 뒤 모두 3군데 홈스테이 가정을 거쳤는데 이 중 2번째가 문제였다는 전언이다. P양에 따르면 한국에서 보내온 돈이 한 달에 1천달러가 넘음에도 불구, 그에게는 한달 20달러를 용돈으로 주고 나머지는 호스트 가정이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학교나 도서관, 체육관을 갈 때도 거의 라이드를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종교마저 호스트 가정을 따라야 했다고. P양은 한국 부모님이 송금한 돈이 꽤 되는 것으로 아는데 별로 대우를 잘못 받은 것 같다며 주인집 가족들과 식사도 따로 해야 했고 집밖에 나갈 땐 항상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상당수 조기유학생 출신 대학생들이 지적하는 호스트 가정의 횡포로는 ▲유통기한 지난 음식 제공 ▲한달에 한번 한꺼번에 장보기 ▲한국 부모에 추가 송금 요구 ▲갈등 발생시 식사 제공 거부 ▲아파도 병원 안 데려다주기 등이 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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