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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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얼마나 후려칠까”

2008-03-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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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이어들의 ‘즐거운 고민’

집값이 뚝 떨어졌지만 더 깎고 싶은 것이 바이어의 마음. ‘다운 마켓’이기 때문에 요즘 바이어들은 마구 후려칠 태세로 샤핑에 나선다. 얼마나 깎아서 사야 잘 샀다고 할까, 20% 쯤 후려쳐도 될까? 아무리 곡소리 나는 다운 마켓이지만 무작정 크게 깎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시장이 주저 앉아버렸지만 그에 따라 가격도 이미 낮게 조정돼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더 후려친다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뿐 더러 욕먹기 십상이다.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
플로리다·동부 해안지역은
20% 깎아 오퍼내도 OK
시애틀이나 북가주 등
집값 안정지역선 안통해
셀러가 급한상황 처한 경우
많이 깎자해도 먹혀들수도


그러나 여전히 깎을 여지는 있다. 아무리 내렸다고 해도 대부분의 셀러는 협상의 여지를 어느 정도는 남겨두고 요구 가격을 내걸기 때문이다. 리스팅 프라이스는 협상의 출발점일 뿐이다.
얼마나 큰 폭으로 깎을 수 있는지는 우선 지역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 심하게 내려앉은 시장에서는 20% 후려치기 작전이 먹힐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곳은 곤란하다.
남가주를 비롯한 플로리다, 조지아, 네바다, 애리조나, 그리고 동부 해안지역 등 2000~05년 사이 가격이 급하게 올랐던 곳에서는 요즘 시장이 바닥세이므로 20%나 후려쳐 오퍼를 넣어볼 만한 경우도 있다. 2~3년 전이면 뺨맞을 오퍼라도 지금은 면전에서 퇴짜를 맞지는 않는다. 수많은 셀러들이 숏 세일에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정이 급해 20%란 엄청난 칼질이라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최소한 접수는 한다.
그러나 가격 급락 지역이 아니라면 리스팅 가격에서 20%나 내려 오퍼를 넣는다면 웃음거리밖에 안될 것이다. 텍사스 오스틴이나 샌안토니오, 오리건주 포틀랜드, 시애틀, 솔트레익시티, 노스캐롤라이나, 북가주 일부 지역 등은 주택 가격이 안정되게 지지되고 있고 오르는 경우도 있다.
지역뿐 아니라 셀러의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셀러가 급하거나 어떤 경우라도 기꺼이 팔 의향이 있는 경우에는 시장에 관계없이 대폭 내린 오퍼를 넣어볼 만하다. 직장이 바뀌어 급히 집을 옮겨야 할 경우라거나 이혼, 차압 직전, 세금 체납, 질병, 사망 등이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또 집이 시장에 너무 오래 나와 있는 경우에도 대폭 내린 오퍼가 먹힐 가능성이 높다. 6개월 이상 시장에 나와 있었다면 셀러도 가격을 물릴 태세가 돼 있을 것이다.
시장이 점점 더 악화되면서 가격 인하를 거부하던 셀러들도 이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사정을 숨기려야 숨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주 낮은 오퍼를 넣을 때는 카운터 오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꼭 그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오퍼가 거부되면 다른 집에 오퍼를 넣겠다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후려친 오퍼지만 여러 군데 넣어두면 낙찰될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후려치기 작전 구사 때 한 가지 주의할 점. 애초에 가격이 과하게 책정됐다가 대폭 깎아주는 경우가 있는데 조심해야 한다. 심리적으로 바겐으로 샀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실상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동네서 최근 팔린 주택의 가격이 어떤 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비슷한 집들의 리스팅 가격과 실제 거래가를 확인해 보면 감이 올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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