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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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사건’소재 창작소설 제출한 버지니아대학생 ‘퇴학’

2008-03-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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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조승희가 연루됐던 지난해 4월16일 버지니아텍 참사를 소재로 한 창작소설을 학교 과제물로 제출한 한 대학생이 학교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와이즈 버지니아 대학에 재학하는 스티븐 다니엘 바버(23)군이 지난달 28일 창작 글쓰기 수업시간에 과제물로 단편소설을 제출하면서부터다. 바버군은 미치광이 마약중독자 학생이 교수를 살해할 생각에 몰두하다 포기한 뒤 자살을 시도하는 내용을 일인칭 화법으로 작품 속에 묘사했다. 특히 살해 대상이 된 교수는 해당 강좌를 가르치던 ‘크리스토퍼’라는 교수의 이름을 그대로 인용했고 한인 조승희가 저지른 버지니아텍 참사 이후 교수 살해 계획 세우며 매일 베개 밑에 총을 넣고 자는 주인공의 생활을 상세히 묘사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과제물을 검토하던 교수와 위협을 느낀 학생들의 신고로 캠퍼스 경찰이 출동했고 바버군을 위험인물로 간주한 경찰의 수사로 그의 자동차 안에서 권총 3자루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바버군은 합법적인 총기소지허가증을 갖고 있었으나 캠퍼스내 총기소지에 관한 규정 위반이 적용됐다. 바버군이 허가증을 발급받은 커먼웰스 검찰청은 그의 총기소지 허가증을 즉시 취소한 상태다.


바버군은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지만 주인공은 살해 계획을 상상으로만 세웠을 뿐 아무 것도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허구에 바탕을 둔 소설이라”며 학교의 퇴학처분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번 조치가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학과목 평점(GPA) 3.9의 우수한 성적으로 이라크 전에도 참전했던 군인 출신인 바버군은 현재 학교의 퇴학 조치에 이의를 공식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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