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부 공무원들 노골적‘떡값’요구

2008-03-02 (일) 12:00:00
크게 작게

시카고시 남부지역, 한인업주들“장사위해 어쩔수 없다”

시카고시 남부 30가 근처에서 뷰티서플라이를 운영 중인 한인 최모씨(45)는 최근 가게 확장공사를 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완벽한’ 서류를 꾸며 시 담당자에게 제출, 공사 허가를 요청했지만 6개월이 넘도록 가타부타 말이 없었던 것. 문의할 때마다 담당자로부터는 별다른 이유없이 ‘기다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조바심을 내던 최씨는 2주에 1번 꼴로 부서까지 찾아가 처리를 부탁했고 결국 담당자로부터 특정 변호사를 고용하라는 조언을 듣게 됐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6개월을 질질 끌던 허가가 담당자가 말한 변호사를 쓰니 2주일만에 처리됐다. 나중에 같은 상가에 입주한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공무원과 변호사간 ‘커넥션’이 있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70가 인근에서 코인 론드리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서모씨(33)는 담당 공무원이 인스펙션을 올 때를 대비해 아예 ‘떡값’을 얼마간 마련해두고 있는 경우. 소방 관련 시설이나 전기설비 등을 검사하는 공무원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사소한 것으로도 말썽이 생겨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처음 사우스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땐 ‘원칙대로 하면 되겠지’하는 순진한 생각으로 공무원을 대했다면서 하지만 그럴 때마다 문제가 생기고 가게 문을 몇 차례씩 닫게 되는 일을 겪고 나서는 아예 검사하기전 200~300달러씩 찔러준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시카고 남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시 공무원들의 이유없는 늑장 민원 처리 및 허가 발급 지연 등의 문제를 ‘떡값’ 상납으로 해결하고 있다. 남부 한인뷰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카고시에서는 일부 공무원들의 부패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영업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 지역 시의원(Aldermen)들에게 사실상 이권이 분배돼 있어 비즈니스 관련 허가를 받기 위해선 시의원 사무실을 거쳐야 한다는 것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카고시에는 100년 가까이 된 오래된 건물도 많은데 심심하면 와서 트집잡고 하면 안 걸릴 사람이 없다. 문제는 이 경우 정상적으로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시카고시에서도 특히 사우스 지역 공무원들은 데일리 시장의 이름을 내세워 잇속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카고에서 서버브로 기반을 옮긴 업체들은 ‘예전과는 다르게’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합리한 처리 지연이나 상납 요구는 시카고시 일부의 고질적인 병폐일 뿐, 서버브는 아직 괜찮다는 설명이다. 최근 시카고에서 나일스로 본사를 옮긴 뒤 비세일즈 스티브 안 전무는 현재 진행 중인 도매상가 리모델링건에 대해 나일스시의 허가가 나오는 데만 무려 10개월이나 걸렸다면서도 하지만 원리원칙을 지키면서 ‘제대로’ 공사를 하는 것이고 공무원도 대부분 청렴하기 때문에 시카고에서와는 달리 불만은 없다고 전했다.
봉윤식 기자

3/3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