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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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의 코드에 맞춘 한국 학부모의 치마바람

2008-02-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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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아,< LCAT, MT-BC Molloy College 음악치료학 강사>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 해주고 싶은 학부모의 마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민자인 우리가 미국의 학교 체계와 교과과정, 학부모 활동 상황 등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간혹 미국 학부모 중 자신이 성장한 커뮤니티의 출신학교에서 자녀를 교육하며 부모 자녀간에 동창의 인맥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새삼 이민자로서의 개척의 삶을 상기하게 된다.

학부모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그 ‘코드’에 맞게 대처하는 것은 자녀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대개 ‘치맛바람’하면 우리에게는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수년간 미국생활을 통해 접한 이곳 미국 학부모님들의 치맛바람은 한국에서의 치맛바람 못지않게 뜨겁고, 다른 각도에서 보면 신선하면서도 우리가 배울점이 많다고 느껴왔다. 자녀를 미국사회에서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자녀교육에 관한 절실한 마음을 가질 뿐만 아니라 미국 교육문화를 더욱 잘 이해하고 그 코드에 맞게 행동으로 실천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 학부모님들의 치맛바람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미국사회 자체가 자원봉사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미국 학부모들은 자녀가 소속되어 있는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시간 투자와 물질적 봉사에 아낌이 없다. 물론 선생님께 금품을 상납하는 한국의 촌지 문화는 이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고 할리데이 선물조차도 정도가 지나친 고가품은 학교 당국에 보고하고 본인에게 돌려주도록 되어있다. 그러므로 학부모의 물질적 봉사란 작은 기부(Donation)를 뜻한다.

일전에 한국문화에 꽤 익숙한 한 미국 동료가 한국 문화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한국 사람들은 공동체를 개인의 유익보다 중요시 여긴다고(Collectivism)들었는데 알고 보니 오히려 미국사람들보다 더 개인주의 성향(Individualism)이 강한 듯하다. 자기 자녀에게
직접적인 유익이 가지 않는 일에는 비협조적인 경향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자원 봉사란 학교에서 주관하는 기금모금(Fund Raising)이나 기부(Donation)에 적극 참여하며 특히 개인의 자녀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이해타산을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선 자신이 소속돼 있는 커뮤니티를 위한 봉사를 뜻하는 것이다.

둘째 학교와 긴밀한 의사소통(Communication) 통로를 유지한다. 어린 연령층의 자녀를 둔 미국 학부모일수록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학교행사 일을 논의하고 각종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예를 들면 학교 소풍, 운동화 등에 참석해 선생님을 돕는다든가 점심시간에 카페테리아에서 식사 보조를 하는 등의 일이다. 상당수의 미국 학부모들은 이러한 일들로 자주 학교를 방문하여 사회성을 비롯한 아이의 발달상황을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기회를 자연스럽게 갖는다. 그 뿐만 아니라 잦은 접촉으로 말미암아 선생님들과도 더욱 친숙하게 지낼 수 있게 되며 학부모 자신도 ‘우리’ 학교라는 강한 애착심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과연 일년에 얼마나 자주 자녀의 학교를 방문하고 봉사하며 그 학교의 프로그램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가’ 이다.

셋째 미국 아버지들의 자녀교육 참여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의 행사마다 빠짐없이 참석하며 오히려 어머니들보다도 더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하시는 미국 아버지들의 모습을 우리는 흔히 목격하게 된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한국 아버지들의 학교 행사 참여도는 좋은 현상이라 하겠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비단 학교 일 뿐 만 아니라 커뮤니티 봉사로 이어지길 바란다. 예를 들어 운동을 좋아하는 아버지라면 동네의 어린이 스포츠 팀에서 코치로, 리더쉽을 솔선 수범하고 싶다면 동네의 보이스카웃 팀장으로 봉사할 기회를 갖는 것이 좋겠다.

넷째 적극적인 학부모회(PTA)참여도를 들 수 있겠다. 학부모회는 말 그대로 학부모와 교사가 학교일을 이끌어나가는 공공기관으로서 교장, 교감 이하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협력단체이다.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과 앞으로 계획하는 일에 대한 정보를 나누게 된다. 그들 자신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학교이므로 결국 학교 선생님들도 자녀의 필요한 점을 보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 학교 운영방식에 적극 참여한다. 꾸준한 학부모회활동을 통해 학교 일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 친구의 부모님들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된다.

직장 때문에 학교 일에 봉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 하는가? 미국의 이점중의 하나가 다양성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학부모회를 비롯한 학교 프로그램 중에는 저녁 시간에 운영되는 것도 상당수 있음을 기억하자. 영어가 장벽이라고 생각 하는가? 일단 학교 봉사는 참여하는 마음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언제 까지 영어 탓만 할 것인가? 오히려 적극적인 학교 참여를 통해 미국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며, 이를 무료(?)로 영어를 배우는 기회로 삼는 동시에 이웃과 더불어 사는 모범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자.

우리 학부모들이 학교를 통해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함으로서 우리 자녀들도 주류사회에 당당하게 파고드는 더욱 정체성 있는 한국인-미국인 (korean-American)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자녀의 학교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학부모로서의 특권이다. 우리 다함께 미국 문화에 코드를 맞추고 자녀의 학교에서 한류의 치맛바람을 한껏 휘날리자. Sakim@mollo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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