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피니언] 미국의 경기침체는 오고 있는가

2008-01-2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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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순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작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인한 금융·크레딧의 위기, 집값의 폭락으로 인한 일반소비의 감소, 2007년 12월 실업율의 5%로 상승, 금년들어 뉴욕주식가의 폭락 등으로 인하여 경기침체(Recession)가 미국 경제에 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 아니 이미 온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경제학의 전문적 정의로 경기침체란 GDP의 실질성장률이 2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경제불황을 의미한다. 미국경제의 지난 30년의 역사를 보면 1973년, 1980년, 1991년, 그리고 2001년에 4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경제학적 전문정의로 보면 경기침체는 현재 미국경제에 아직 오지 아니하였고, 문제는 여러 가지 경제현상적 증후로 보아 과연 2008년에 경기침체가 오고 있는 것이냐 하는 심각한 질문이다.
2008년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하여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의 징조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징조는 여론조사의 결과이다. 경제현실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일반시민들의 의견이기 때문에 경제지식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을 일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론조사가 오히려 일반시민들의 체감경기를 잘 타나내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의견여론조사에 의하면 거의 미국시민 10인중 6인 이상이 미국경제는 이미 경기침체의 단계에 들어 왔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 징조는 유수의 금융재정기관들이 경기침체를 예견하고 있다. Morgan Stanley는 2008년 전반에 온건한 경기침체가 올 것을 예측하고, Merryll Lynch는 침체는 ‘오늘날의 실정’이라고 공포하였다. Goldman Sachs는 침체가 곧 도래할 것을 예견하였다.
셋째 징조는 실업률의 폭등이 침체의 전조라는 것이다. 과거 미국경제의 60년 역사에서 실업률이 최저치에서 0.5% 이상 폭등하면 경기침체가 꼭 뒤따랐다고 하는 역사적 증거가 있다. 그런데 작년 12월 실업률 5%가 2007년 3월 최저치보다 무려 0.6% 폭등하여 경기침체가 올 전조라는 주장이다.
넷째, 영국의 경제주간지 The Economist가 워싱턴 포스트지와 뉴욕 타임스지에 분기별로 얼마나 많이 ‘침체’(Recession)라는 단어가 등장하느냐를 측정하여 그 수가 많을수록 침체가 온다는 징조라는 주장이다. 지난 1991년과 2001년의 경기침체 때에 Recession 단어가 무려 각각 1,800번과 1,200번이나 등장한 기록이 있고, 작년 말 이후 R 단어가 500회 이상 논란된 것은 2008년 침체의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다섯째 징조는 과거 미국경제에 닥쳤던 18회의 금융위기와 거의 같은 현상이 작년 이후 미국 경기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1월 초 뉴올리언스에서 있었던 미국경제학회에서 하바드 대학의 케네스 로호프 교수와 메릴랜드 대학의 카르멘 라이하트 교수의 공동연구논문이 최근의 미국경제현상이 금융위기의 도래를 나타낸다고 지적하였다. 주택과 자산가격의 상승, 국내외 자본의 유입, 부채의 축적, 거꾸로 된 V자 경제 진로 등 일련의 사태가 경기침체의 전초전을 예비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문은 일단 금융위기가 오면 회복하는 데에 적어도 2~3년이 걸린다고 과거의 금융위기의 사례도 들고 있다.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여론조사, 금융기관들의 예측, 실업률의 폭등, R 단어의 등장빈도수, 금융위기의 증후 등의 징조는 2008년 경기침체 도래의 가능성을 높게 보여주고 있지만, 일부의 낙관론자들은 경기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고 아마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화폐정책이나 재정정책으로 적절한 경기부양의 방책이 시행된다면 미국경제는 경기침체를 모면할 수 있을 것임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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