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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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재칼럼/실리콘밸리 2.0 제 18편

2008-0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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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Lee, President, Venture Source Group LLC dlee@venturesourcegroup.com

경험없는 한국투자공사의 우려되는 미국직접투자

한국투자공사(KIC)는 미국의 메릴린치 투자은행-미국의 5대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모건 스텐리, 메릴린치등) 의 지분 3.1%를 20억불에 매입함으로써 사실상 공사설립이래 미국과의 첫 딜이 이루어졌다.


투자금은 재경부가 KIC에 맡긴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사용하기로 했다고 전하는데, 현재 KIC의 운용자산 200억 달러 중 170억 달러는 한은의 외환보유고, 나머지 30억 달러는 재경부의 외국환평형기금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30억달러 중 3분의 2를 미국의 하나의 기업에 모두 투자를 한 것이고 모든 투자가 KIC 책임으로 진행된단다.

메릴린치가 초청한 투자자들끼리 지명경쟁 입찰를 통해 작년 12월부터 서로 접촉하며 자산 실사를 하고 협상을 했다고 전한다. 또한, 정부 관계자들과도 수차례 회의를 열어 투자를 결정하게 되었단다.

한국투자공사사장은 지금 상황에선 그들의 자존심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말을 아꼈다.

홍사장은 메릴린치 투자가 실패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메릴린치 같은 좋은 회사가 망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채권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 부분만 도려내면 다시 회복될 것이다. 이번에 사들이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2년9개월 후엔 미국 경제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 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조목조목 이번 투자의 위험성과 무경험에서 나오는 핵심적 리스크에 대해 집어 보겠다.

첫째, 가용한 투자금이 30억불인데 이 중 3분의 2인 20억불을 미국의 한 투자은행에만 투자한다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투자이다.

때문에 향후 그만큼의 투자에 대한 수익이 높아야하고 이런 투자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용한 모든 방법으로 주주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5대주주로서 비젼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과 역량이 있는지 자가진단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일반적 주주들의 참여와 적극성은 한국의 그 것과는 매우 다르고 또 그런 역량을 다른 주주들도 기대하고 있다. 또, 메릴린치의 지난 5년간의 주식시세는 2002년 40불에서 현재 55불로 경쟁사인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텐리에 비해 결과가 형편없고 지난 분기 실적실제 성장률은 -92.7%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다.

둘째, 너무 비싸게 샀다. 메릴린치의 현주식시장에서의 총기업가치는 470억불로 20억불 투자시 3.1%가 아니라 최소 4.24%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어야 했다. 같은 시기에 싱가폴계 투자회사인 Temasek Holdings은 메릴린치에 44억불을 투자해 지분 9.4%를 소유했는데 한국투자공사는 이에 비교하면 상당히 손해 본 장사에 해당된다.

메릴린치의 지난 5년간의 실적부진과 섭프라임모기지투자실패와 특히 지난 분기 현저한 실적부진때문에 현시세보다 비싸게 살 근거와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미주한국일보 경제 칼럼 16편에서 입찰경쟁을 통한 매거니즘 이론에 대해 언급했듯이 메릴린치에서는 입찰경쟁(공개입찰이 아니라 비밀입찰이었을 것)을 통해 투자를 유치함으로 최대한의 기업가치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입장에서 보면 너무 비싸게 매입한 것이다. 메릴린치에서 말했듯이 필요한 자금이 투자될 때까지라는 조건이 있었고 투자협장시 분명 Walk-Out선(투자시 최소투자액과 최대지분율)이 실제 투자액보다는 적었을 것이고 지분률 또한 더 높았을 확률이 높다.

한국투자공사는 너무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첫 미팅서부터 투자결정까지 한달정도에 마무리된 것인데 이는 있을 수 없는 거의 불가능한 속도이다. 주택을 구입하는데에도 Escrow를 개설하고 3개월이상 걸리는데 20억불을 투자하면서 한달여만에 바로 결정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셋째, 투자결정과정과 투자결정의 잣대가 과연 무엇이었을까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메릴린치에서 전달받은 자료가 물론 공신력이 있겠지만 미국에 직접나가 다른 투자자들이나 임원등 실사작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공기업일찌라도 대규모 투자 특히 공적 자금을 투입할 경우 정확한 투자계획과 폴트폴리오를 계획하고 투자시 예상되는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하여 언제 어떻게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하는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결정과정을 Due Diligence라고 하는데 다각도로 검토하고 신중한 결론을 내리려 노력하는데 이 과정과 방법을 간과한 것이다.

넷째, 한국투자공사사장이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미국IB들이 지금은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지만 자금난이 해소되는 즉시 해외 투자자들에게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고 메릴린치 투자가 실패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메릴린치 같은 좋은 회사가 망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채권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 부분만 도려내면 다시 회복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매우 실망스런 발언이다. Credit Suisse USA, Citigroup Global Market Holdings, Banc of America Securities LLC등은 일반투자가 불가능한 개인회사지만 메릴린치나 골드만 삭스등은 상장되어 있는 주식회사라 외국인을 포함한 일반인의 언제나 투자가 가능하고 또 서브프라임 부분을 도려낼 수 있을 정도로 피해가 적었더라면 지난 4/4분기 실적성장율이 -92.7% 로 곤두박질치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를 하더라도 지금은 싸게 사야 되는 시기이다.) 미국재계 3위였던 엔론이 하루아침에 넘어가는 걸 목격한 필자로서는 매우 우려되는 발언들이다. 현실을 염두해 두지 않는 무책임한 발언이고 국민의 피땀어린 공적자금 20억불-1조 8천억원을 운용함에 있어서 좀더 신중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메릴린치에 대한 지나치게 긍정적인 태도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투자후 5대주주로서 투자금의 성공적 회수를 위해 메릴린치 경영자에게 어떻게 비젼을 제시하고 협력해 나갈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투자공사측에서 우선주(convertible Preferred Stock)를 매입하여 2년 9개월 후 미국경제가 살아나면 일반주로 전환하여 투자이익기대를 하고 있는데 우선 2년 9개월후 미경제가 살아날지 그렇지 않을지 모르는 상황이고 2002년부터 메릴린치가 기업인수합병에 투자한 총 건수를 분석해보면 19건에 346억불인데 투자결과를 분석해 보면 경쟁IB사에 비해 우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린치의 투자폴트폴리오에 분명 문제가 있고 기존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인데 한국투자공사가 이런 기업에 투자함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계약관계-Term Sheet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위에서 언급한 여러문제들을 종합해 볼때, 우선주 매입시 여러기타조건들이 메릴린치에 유리하게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의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한 자금을 지키기 위해 법적으로 허용된 가용한 모든 방법을 사용하여 하루하루 점검하고 경영진을 견제하는데 한국투자공사대표는 메릴린치의 자존심은 걱정하기보다는 국민의 공적자금을 더 걱정해야 하지 자리가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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