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학 칼럼-56. 과학과 남녀의 적성 차이

2007-12-1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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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하버드 총장을 지냈던 래리 서머스는 한 연설에서 과학 분야에 여자가 별로 많지 않은 것은 남녀간의 선천적 적성(aptitude) 차이 때문이라고 말하여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원래 그의 의도는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적성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남녀간의 타고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고 또 그가 한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차세대 지도자를 길러내는 명문대학인 하버드의 총장으로서 남성 우월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미국 전체를 화끈하게 달구어놓았다. 동시에 다시 남녀간의 두뇌 구조와 지능에 차이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사람들간의 화두가 되었고 그렇다면 우리 딸들은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에 부모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과연 생물 유전학적으로 남녀 두뇌가 다를까?
사실 평균 8%의 체격 차이를 감안한다 하더라고 남자의 두뇌가 여자보다 10%가 더 크지만 IQ 테스트에 근거한 남녀의 지능은 동일하다. 그리고 생긴 것만으로는 남녀의 두뇌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두뇌를 연구해 유명해진 샌드라 위텔슨 박사는 두뇌도 일종의 sex organ(성적 기관)이라고 표현했다. 그 만큼 남녀간의 차이가 너무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뇌 구조나 모양에 있어서가 아니라 기능에 따른 차이를 두고 한 말이다.
예컨대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두뇌의 더 많은 부분을 사용하여 어떤 일을 처리하는데 비해 남자들은 두되의 좀 더 집중된 부분만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뇌졸중으로부터 대체적으로 회복이 빠른 이유가 뇌의 더 넓은 부분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또한 여자들은 언어능력 사물의 질감과 사회적 민감성에 관여하는 부분이 잘 발달되어 있는 반면에 남자들은 수리능력 및 공간지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잘 발달되어 있다.
이런 남녀의 차이는 청소년들의 뇌의 성장 시점에도 차이를 보여 여자아이들은 11.5세에 두뇌의 성장이 절정에 이르지만 남자아이들의 두뇌는 그보다 3년 동안 더 성장한다.
분명히 과학이나 공학에 대한 남녀의 적성 차이가 타고난 두뇌의 생물 유전학적 이유 때문이라는 의견과 그것보다는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서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비록 같은 또래의 평균적인 수학 성적이 남자아이들이 높지만 동기 부여로 여자아이들이 결국 더 좋은 성적을 거둔 연구사례도 많다. 더구나 뇌의 생물학적 요소는 뇌의 발생 순간부터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저글링이나 외국어를 배우면 뇌의 특정 부분에 신경세포로 구성된 회색물질이 새로 생기고 그런 활동을 그만두게 되면 새롭게 생긴 그 회색물질이 점차 사라진다는 연구 보고가 몇 년 전에 네이처지에 발표되었다 .
하지만 남녀의 적성 차이가 유전적이냐 환경적이냐는 문제는 아직도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문제이다.
분명히 뇌의 유전학적인 차이는 있지만 과거의 우리 환경은 남녀의 역할 분담을 강조한 결과 여성들이 과학이나 공학에 충분히 적성 개발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적성 차이가 유전 때문이라는 주장을 무색케 할 정도로 수학과 과학 분야에 뛰어난 여성들이 많이 있고 앞으로 더 많이 배출될 전망이다.
그럼으로 딸아이가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한다면 굳이 말려서는 안 될 일이다. 자신의 발언으로 궁지에 몰렸던 서머스 총장을 이은 사람은 파우스트 총장으로 공교롭게도 최초의 하버드 여성 총장이 되었다.
(213)381-3949
홍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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