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학군, 부모가 삼위일체 되어야...
수년전 한국에서 아들을 하버드 대학에 입학시킨 엄마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학군이 좋다는 웨스트체스터 지역에서도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낸 엄마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자녀들의 학업성적 이외로 역시 엄마들의 뒷받침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이 첫째지만 피나는 훈련과 가족의 후원이 뒤따라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이곳의 미국 엄마들은 개학서부터 자녀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한다. 아이들 교육에 정성을 쏟는 엄마들이야말로 좋은 학군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사실상 대학준비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부터 시작되며, 모든 학교 활동은 입시준비로 모아질 정도이다. 교회에서도 학생들을 외국으로 선교를 보낼 때에 대학원서 쓸 때에 좋은 이력이 된다는 것을 내세울 정도이다. 그러나 미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한인 가정으로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명문대에 보내기는 ‘하늘의 별따기’일수 밖에 없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입학기준은 없지만, 만점 또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SAT성적, 고등학교 전 학년에 거쳐 A 이상의 학교성적, 많은 AP코스, 음악과 스포츠는 기본이며, 전문적이면서 색다른 과외활동, 다양한 사회 경험, 훌륭한 에세이, 강력한 추천서 등은 근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조건들이다. 그런데 이 외로 또 하나 더 따라야 하는 것이 운(Luck)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수많은 학생 중에서 소수가 골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 사이에, 두 명 또는 한명의 자녀를 모두 다 명문대에 보낸, 익명을 원하는 5명의 한인 엄마(A-E)들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비리그의 꿈을 어떻게 이루어냈는지 각각의 상황과 공통점을 종합해보았
다.
<질문내용>
1. 웨스트체스터에 이사 온 시기는 언제,
2.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
3. 대학 진학준비는 언제부터 어떻게? 특별히 신경 쓴 것은?
4.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가정에게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답변>
A(프린스턴 대학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퀸즈 플러싱에서 큰아이가 8살 작은 아이가 4살 때 학군을 찾아 이사 왔으며 자녀들보다는 오히려 학부모 입장에서 새로운 학교나 환경에 따라가기에 힘이 들었으나, PTA뿐 아니라 멀티 컬츄럴 모임 등 학교행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극복해 나갔다. 큰 아이는 플러싱 학교에서 이미 영재 반에 들어있었으며, 두 아이가 다 운동에 소질이 있어 좋은 개인교습을 찾아주어 수준 이상의 실력을 길러주기 위해 주력했다.
B(예일대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규모 큰 학교에서 공부 시키고자 큰 아이가 5학년 때 같은 웨스트체스터 내에서 학교를 옮겼다. 아이들은 한국에서 온 학생들을 도와주면서 학교에 적응을 잘 하였다.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다 시켜보고 그중에서 잘하는 것을 찾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미리미리 에세이 개인교습을 시키는 등 입시준비를 하는 한편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학교 다니도록 엄마가 도서실 자원봉사 등 아이들 학교일에도 적극 참여했다.
C(콜롬비아대학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웨스트체스터 남부 지역에 살다가 흑인이 많은 관계로 큰아이가 1학년 때 이사, 어릴 때 쿠몬을 시킨 이외에 과외를 시키지 않았다. 그 대신에 뉴욕 타임스를 읽혔는데, 두 아이가 다 자신들의 관심분야를 찾아 매일 신문을 읽었으며 큰 아이는 1-2학년 때부터 5-6개의 책을 동시에 읽곤 했다. 음악에 소질이 없어서 음악은 시키지 않았고, 잘하는 것 위주로 스스로 하도록 독립심을 키우는 일에 힘썼다.
D(코넬대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뉴저지에서 환경이 좋고 학군이 좋은 곳을 찾아 아이들이 유아원을 다닐 무렵 이사를 왔다. 학교에서 차별을 받을까봐 유아원 보낼 때부터 미리 영어를 가르쳐서 학교에 보내는 등 세심한 신경을 썼으며, 뉴저지의 좋다는 학원에 두 아이를 보냈고, 악기 연주와 스포츠 경기로 많은 여행을 했으며, 남이 잘 안하는 운동을 찾아 스키 좀목을 더 시켰다.
E(하버드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
이곳에서 아이들이 태어났으며, 처음부터 엄마로서 학교 행사 때 한국 음식을 해가는 등 학교에 적극 참여했다. 서점에서 파는 학습 연습 지를 사주는 이외에 특별히 과외공부를 시키지는 않았으나, 매년 여름 방학 독서 목록(Summer Reading List)에 적힌 책은 한권도 빠짐없이 다 읽혔다. 스포츠엔 워낙이 관심이 없었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잘해서,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추게 하는데 힘을 들였다.
<종합>
어릴 때부터 철저히 꾸준하게. 전체적으로 우수해야함과 동시에 남다르게 뛰어난 점이 있어야.
각 가정의 직업과 환경은 다 달랐지만 거의가 다 일찍부터 아이의 특성을 찾아 대학 입시에 필요한 준비를 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업뿐 아니라 과외 활동을 위한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좋은 선생님 찾기는 물론, 좋은 추천서를 써 줄 수 있는 카운슬러나 선생님을 미리부터 사귀어 두는 것에까지 대부분 엄마들의 스케줄이 치밀한 작전으로 빽빽했던 것 또한 같은 점이다.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냐는 질문에 거의 모두가, ‘너무 대학진학에만 집중 하지 말아라’, 또는 ‘자녀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시키라’이지만, 이것은 자녀가 한창 자라는 시기에 입시준비에만 시간을 다 보낸 듯한 그들의 아쉬운 점이 아닌가 한다. 실질적인 면에 대한 충고로는, 잘 못하는 것을 억지로 시키는 것 보다는 잘 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해주어야 하며, 그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보일 수 있도록 하고 그러기위해선 한 두 가지를 꾸준히 시켜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처음부터 ‘학벌’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D씨, 아이들 스스로 하도록 놔두었다고 하는 C씨, 저 학년 때 영재 반에 들었던 A씨 등 모두가 시키지 않았어도 아이들이 공부를 잘했다는 점이 같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녀의 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실한 소신을 갖고 투신, 헌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중간한 상태에서 자녀에게 좋은 대학을 바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사춘기 자녀들과의 돌이키기 어려운 불화를 초래하며 공연히 부모나 자녀가 쓸데없는 자격지심을 갖게 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웨스트체스터-노려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