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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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일본과 한국

2007-11-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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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아 일본과 한국을 다녀왔다. 일본 여행이 처음은 아니지만 나가사키와 후쿠오카는 처음이어서 나름대로 설렘이 있었다.
일본은 언제 가 봐도 늘 주는 느낌은 깨끗하고 차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나가사키는 일본 남단에 위치한 시골이라 다른 대도시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도착하자 산뜻한 공기의 맛이 먼저 느껴졌다.
차를 타고 지나며 차창 밖을 내다보니 마침 오후 늦은 시간이라 중고등학생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띠었다. 그런데 그 광경이 상당히 익숙했다. 학생들은 모두 검정색 교복을 입고 있었고 초등학생들은 네모난 가죽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우리 학창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교복, 50여 년 전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 메고 다니던 바로 그런 책가방이었다.
또 회사원들은 하나 같이 흰 와이셔츠에 검정 양복을 입고 있어서 얼핏 보면 장례식에서 나오는 무리 같았다. 한국에서는 오래 전에 사라진 풍경을 일본에서 보게 되었다.
시골인 나가사키에서도 한국인들의 관광 붐은 느껴졌다. 요즘 일본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현장에 가보니 정말 그러했다.
일본에서 10위 안에 든다는 골프장에 갔을 때였다. 도착하니 문 앞에서 부터 캐디와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우리를 정중하게 맞이해 주었다. 나는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인사를 받았다.
골프장의 식당들은 한국 골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저 마다 한국 요리사를 채용해 웬만한 한국 음식은 모두 제공하고 있었다.
필드에 나가니 역시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 왔다. 특히 여자 남자가 그룹을 이룬 팀은 거의가 한국 사람들이었다. 일본에는 여성 골프 인구가 한국처럼 많지도 않지만, 아직도 남성중심 문화여서 언제나 남자가 앞에 서고, 여자는 한걸음 뒤에 서는 것 같았다.
후쿠오카에서는 밤거리를 관광했는데 거리가 어두웠다. 전기를 절약하느라 가로등을 제대로 켜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나 그 어두운 거리가 내게는 어둡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절약으로 가꾸는 환한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니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사진작가 친구들과 함께 내장사로 향했는데 단풍이 색색으로 무르익어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서울의 청와대 앞을 지날 때는 경찰들의 옷차림 역시 많이 화려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보기 좋고 활기차서 다행스런 마음이지만 걱정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경제 여건이 조금 좋아졌다 해서 온 국민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을 말하라면 일본은 한편의 흑백 영화, 한국은 총천연색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하고 싶다.

에바 오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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