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3차전 10-5 대승
보스턴 레드삭스의 불망망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평지에서 벌어진 보스턴 홈구장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한 레드삭스는 마일하이(Mile high) 로키산맥 원정 첫판에서도 무서운 응집력을 발휘했다. 레드삭스는 27일 오후 덴버에서 열린 2007시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3차전을 10대5로 승리했다.
7전4선승제 ‘가을의 클래식’ 3차전 레드삭스 승리의 주역은 신인들이었다. 특히 중견수 제이코비 엘스베리와 2루수 더스틴 페드로야의 활약이 돋보였다. 레드삭스 마이너리그에서 주루상과 수비상을 차지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이다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엘스베리는 8, 9번타자에서 이날 1번타자로 승격된 것에 보답이라도 하듯 4안타를 몰아쳤다. 신인선수가 월드시리즈에서 한게임 4안타를 친 것은 1924년 프레디 린드스트롬과 1946년 조 가라지올라에 이어 103년 월드시리즈 역사상 3번째다.
5피트7인치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월드시리즈 데뷔전인 1차전 첫타석에서 보스턴 펜웨이 팍의 높은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쏘아올렸던 페드로야는 3안타를 쳤다. 여기에다 지난해 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일본 우승을 견인했던 다이스케 마쓰자카 투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위태로운 모습을 자주 노출했으나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 필드에서 오히려 안정된 투구를 보이며 6회말 마운드를 넘겨줄 때까지 설욕을 벼르는 로키스 타자들을 능란하게 요리했다. 반면 로키스의 선발투수 자시 포그는 레드삭스 타자와의 19차례 승부에서 안타와 볼넷 등으로 12차례나 출루를 허용했다.
산발안타 속에 위태위태 이어지던 0의 행렬이 갑자기 왕창 깨진 것은 3회초. 1회초 첫타석에서 내야안타로 출루했던 선두타자 엘스베리가 2루타를 터뜨리자 페드로야가 기습번트를 성공시켰다. 무사 1, 3루에서 들어선 ‘빅 파피’ 데이빗 오티스가 우측외야 깊숙이 1타점 2루타를 날린 뒤, 매니 라미레스에게는 고의사구. ‘병살타 전문’이랄 정도로 그물망을 수비력을 자랑해온 로키스로서는 위험한 라미레스를 걸려보내고 후속 마이크 로웰에게 땅볼을 유도한다는 계략이었다. 그러나 착오였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 3루주자 페드로야와 2루주자 오티스까지 홈을 밟으며 점수는 3대0.
후속타자 JD 드루를 유격수 플라이볼로 잡아내 한숨을 돌리는가 했던 로키스에게는 더 큰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수 제이슨 베리텍의 좌전안타 때 라미레스가 홈으로 파고들다 아웃된 것은 아웃카운트 하나만 늘렸을 뿐이었다. 후속타자 훌리오 루고 경원사구로 2사만루. 루고가 무서워서라기보다는 후속타자가 마쓰자카 투수였기에 로키스 벤치는 당연하게 그 길을 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쓰자카가 좌전안타를 작렬, 2타점을 올려버린 것. 타자일순해 다시 타석에 선 엘스베리는 김빠진 포그의 공을 통타, 또다시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포그를 결국 덕아웃으로 물러나게 했다.
로키스가 그냥 주저앉은 것은 물론 아니었다. 6회말. 헬튼과 앳킨스가 연속 볼넷 골라나간 뒤 하프와 토리알바가 연속적시타를 쳐 2점을 만회한 로키스는 7회말 간판타자 맷 할러데이가 3점홈런을 터뜨려 1점차로 따라붙었다. 게다가 헬튼의 좌전안타. 쿠어스 필드 스탠드는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필드의 로키스 전사들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3회초 몰아치기 6득점 이후 잠잠하던 레드삭스 방망이가 도리어 불을 뿜었다. 8회초 3점추가에 이어 9회초 다시 1점을 보태며 로키스의 추격의지에 쐐기를 박았다.
레드삭스는 이날 10대5 승리로 월드시리즈 챔피언 고지에 1게임 앞으로 다가섰다. 3게임 합계점수 25대7이 말해주듯 월드시리즈 팀타율에서도 레드삭스(3할5푼2리)가 로키스(2할2푼2리)를 압도했다. 9월 중순부터 월드시리즈 이전까지 로키스가 쌓아올린 22전21승의 놀라운 승리기록이 아득한 이야기처럼 묻혀버린 3연패였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