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심히 삶을 달려온 여성들의 이야기

2007-10-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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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 / 이명희 지음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우리 대학에는 가정대나 간호대 등을 빼놓고는 여학생의 숫자가 전체의 10~20%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민주화 운동이 한참이던 분위기 속에서 여자들은 페미니즘 이슈를 꺼내 들고 남학생들과 날 선 대립을 할 때도 적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1학년 때 동아리의 페미니스트 여자 선배의 주도로 여성문제에 대해서 토론할 기회가 있었고, 여성을 포함한 모든 소수의 문제가 어떻게 궤를 같이하고 있는가에 대해 일찍 눈뜨게 되었다. 덕택에 ‘델마와 루이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같은 여성주의 편향 영화는 늘 나의 다시 보고 싶은 영화목록의 1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페미니스트인 여성들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고 이해하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뿐이지, 막상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몇 개월전에 발간된 ‘미친년’이라는 책은 나에게 거의 30년 만에 페미니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미친년 :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는 파격적인 제목 때문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책은 저자 이명희가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시절에 만났던,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외 여성 멘토 9명의 인생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와 철학을 모은 인터뷰집이다. 이 책에는 국내외 여성 유명 인사들의 인생 역정과 인생 철학, 그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그녀들은 모두 다른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고 다른 인생길을 걸어왔으며 다른 인생관을 갖고 있지만 한결같이 인생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건강한 마음가짐을 잃지 말아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끝까지 간직한 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자신의 길을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이며 어차피 미친년 소리를 들을 바에는 제대로 미쳐보라고 권하고 있다. 인생에 대한 한 여성의 진지하고 절실한 질문의식이 단초가 된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우리 모두의 실질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이형열
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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