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에 빠진 상아탑’ 음주사망 연 2,400명
2007-10-01 (월) 12:00:00
상아탑이 술독에 빠졌다. 태어나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호랑이 부모의 엄격한 통제 아래에만 있다가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풀려난 신입생들 중 폭음으로 가을학기를 보내는 사례가 잦다.
▲부어라, 마셔라
매년 술 때문에 숨지는 미국 대학생은 2,400여명이 달한다. 미국 알콜 남용 및 중독 문제 연구소의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음주로 사망하는 대학생 2,400여명의 대부분은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운전자나 이들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함께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중 300여명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과다한 음주라고 지적했다.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는 학교 명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지난 2004년에는 펜실베니아 대학의 한 신입생이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다가 폭음으로 사망했다. 코넬 대학에서도 만취한 남학생이 계곡에 떨어져 숨지는 등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00년 하버드대학이 실시한 대학생 음주실태 조사에서 ‘조사시점으로부터 2주 이내에 정신이 나갈 정도로 술에 취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려 설문에 응한 재학생 42.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학 음주문화는 계층 차별도 하지 않는다. 지난 2001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딸 제나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형과 사회봉사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오스틴대 신입생이었던 제나양은 19세 되던 그 해 5월말 시내 한 식당에서 다른 사람 신분증을 보여주고 술을 사 마시려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통 났다. 대부분의 미국 주에서 술을 구입할 수 있는 나이는 21세부터다.
한인 대학생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한인타운 내 유흥업소들에 따르면 매년 대학 개강과 함께 매상이 30~40%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있는 한 업소 업주는 “한국 대학생들만 술을 많이 마신다던 생각을 바꾸었다”며 “수년전부터 한인 학생들을 따라 중국계, 백인, 라틴계,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업소를 찾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소의 업주는 대학 개강 시즌에는 주말 단체손님이 많다고 귀띔했다.
▲문제투성인 신입생 신고식
이처럼 대학생들의 폭음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데는 교내 사교 클럽의 엽기적이고 폭력적인 ‘신고식’(hazing)이 톡톡히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혹독하게 치러지는 신고식 이후에는 뒤풀이 격의 파티-음주가 반드시 뒤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전문지인 CQ 리서치에 따르면 “70년대 이후 음주가 가장 흔한 신고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2년 코넬 대학의 조사 결과 교내 남녀 사교클럽의 멤버 82%가 신고식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CQ 리서처는 미국 고등학생 중 매년 150만명 가량이 음주가 강요되는 형태의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 내 사교클럽은 통상 ‘프러터니티’(Fraternity) 또는 ‘소로리티’(Sorority)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집안 좋고 스포츠도 잘 하는 비슷한 환경의 학생들이 끼리끼리 결성해 학교 내 별도의 주택, 기숙사 같은 곳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클럽 멤버들은 대외적으로 배타적이고 내부적으로는 선후배간의 기강이 세다.
미국 내 많은 대학들은 이들 클럽이 캠퍼스 내에서 금지된 음주를 심하게 하는가 하면 신입생들을 못살게 구는 관행의 근원지로 여기고 있다.
부정적인 면이 많은 클럽이지만 해마다 가입하려는 신입생은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클럽 선후배들 간 끌어주고 밀어준다는 ‘전설’과 다른 재학생들보다 다르다는 특권층 의식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