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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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정규 과목 채택 한인사회 해결 과제는... ⑤한인사회 인식 전환

2007-09-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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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미 정규학교에 정식 제2외국어 필수과목으로 개설하는데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 한인들의 인식이다.

한인 대다수는 자녀들이 집에서 부모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기에 별 문제가 없다거나 또는 다른 학과목 공부로 학업에 지쳐 있는 아이들에게 굳이 미국 학교에서까지 한국어 교육을 받게 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반문하기 일쑤다. 이에 대해 학계와 교육계가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확고하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생활 한국어’ 수준에 만족하기 보다는 학문적 차원의 보다 세련되고 정확하며 수준 높은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학부모들은 주로 어법에 맞지 않는 영어로, 자녀들은 어설픈 한국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계속되면 한국어는 고사하고 영어마저도 문법이나 발음이 엉망이 되기 쉽다고 교육자들은 지적한다. 게다가 1.5·2세 한인학생들 가운데 정확하게 표준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을 찾기 쉽지 않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1세 부모들은 자녀들의 영어 구사력이 뛰어나다고 믿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한인학부모는 물론, 한인학생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다. 학생들은 한국어반을 마치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손쉽게 높은 점수를 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마저 한국어반 수강생들을 마치 놀기 좋아하는 말썽꾸러기 집단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대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뿐만 아니다. 일부에서는 비슷비슷한 실력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학습하고 시험까지 함께 치르면 오히려 성적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기적인 변명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간 한국어반이 활성화 됐던 시내 몇몇 학교의 공통점은 교장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됐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 경험했듯이 한국어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무관심은 한국어반의 수요 부족을 핑계거리로 제공해 한국어반 개설의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한인학생들이 이미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 대신 굳이 다른 나라의 생소한 언어를 익힌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서반아어를 배운 히스패닉계 학생들과 한인학생이 함께 사회에 진출했을 때 한인학생들이 그들보다 월등한 이중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추더라도 여러 가지로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아무리 다른 나라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더라도 기업이나 정부에서 원하는 수준의 한국어 실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 미국사회가 한인 인력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평가해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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