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세계화’라는 꿈을 이루려면 단순히 교육계의 노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인 1.5·2세 이민 후손들은 물론, 타민족들까지 한국어를 꾸준히 배우도록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성취 욕구를 높이려면 한인사회의 전폭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한국정부와 한국계 기업들도 함께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이는 현재 뉴욕 일원 고교에서 제공하는 대다수 제2외국어 과목들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자국 정부와 기업들의 관심과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일본상공회의소나 소니사, 이탈리아어를 지원하는 웨스트민스터 증권사, 그리스어를 지원하는 오나시스 재단 등은 자국 언어를 미국 정규학교에서 정식 필수과목으로 교육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힐 정도다.
다인종 사회로 구성된 미국에서도 갈수록 이중 언어 구사 가능 인력에 대한 채용이 늘어나고 미주내 한인시장이나 한국시장을 겨냥해 한국어 구사자 채용 및 한국어 부서를 신설하는 기업도 눈에 띈다. 이처럼 미국 기업과 미주에 진출한 한인 지·상사 등에서 한국어와 영어 이중 언어 구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 한국어 교육의 붐을 일으키기에는 다소 미약한 실정이다.
퀸즈 칼리지 사회학과 민병갑 교수는 최근 열린 강연회에서 “한때 이민자에 대해 미국사회 동화정책을 고수했던 미국이 점차 문화 국수주의로 바뀌고 있다. 때문에 영어만 구사하는 이민자보다는 모국어 구사 능력을 함께 갖춘 인력을 선호하게 되면서 이중 언어 구사자들의 취업 성
공률이 영어권보다 훨씬 높다”며 이중 언어 구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미주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이나 미주에 본부를 둔 한인기업, 한국에 있는 한국기업들이 모두 앞장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의 재정지원을 비롯, 수강생에 대한 미국과 한국에서의 인턴십 기회를 현재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타민족이나 한인 1.5·2세 인력을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흡수한다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해야 하는 확고한 학습목표를 심어주면서 동시에 교육효과도 높일 수 있다. 또한 한국어 교육생에 대한 한국 방문 연수 기회나 다양한 장학혜택 지원도 요구된다. 로스앤
젤레스에 본부를 둔 한국어 진흥재단 등이 제공하는 ‘한국어반 학생 한국연수’와 같은 유사 프로그램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중·고교에서 한국어를 수강한 학생들이 대학에서도 한국어 과목을 수강하는 것은 물론, 한국어학과나 한국문학과 또는 한국학 전공자가 늘어나게 하려면 다양하고 폭넓은 장학프로그램 제공이 절실하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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