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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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그레잇넥사우스 고교 12학년 이애나 양

2007-09-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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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들이 보다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롱아일랜드 그레잇넥사우스 고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이애나(17) 양의 꿈은 같은 또래의 여느 여학생 답지않게 조금은 독특하고 특별하다 . 바로 장애우 의료 기기 개발 연구가가 되는 것.

대학에서 기계공학도의 과정을 밟은 후 거동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지금보다 더욱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한층 업그레이드된 의료 보조기기를 개발하겠다는 게 이 양의 포부다 . 이를 위해 이 양은 벌써부터 매일같이 컴퓨터 앞에서 자신에 적합한 대학을 고르고 공부해야 할 분야를 알아보느라 여념이 없다 . 이처럼 이 양이 의료기기 개발 연구가의 꿈을 갖게 된 동기는 뉴욕밀알복지홈 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부터.

“밀알복지홈에서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잘 몰랐던 장애우들의 불편함을 많이 알게됐어요. 거동이 힘들어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장애우들을 보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해요 . 장애우들이 지금보다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해 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고 싶어요.” 이 양은 지난 2년전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퀸즈 플러싱에 위치한 복지홈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수화를 배울 요량으로 복지홈에 첫 인연을 맺게 된 이 양은 현재 ‘유스 (Youth)그룹’ 리더로서 자신의 나이보다도 많은 10여명의 오빠 , 언니 장애우들을 책임맡아 돌보고 있다. “처음에는 장애우 언니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낯설고 대화도 잘 통하지 않아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에게 오빠, 언니들이 마음을 열어주고 저의 조그만 도움에 고마워하는 모습에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새 나의 삶의 일부가 돼 버린 것 같아요”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오빠, 언니들이 자신의 이름을 처음 불러줬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이 양은 “일반 사람들이 장애우를 바라보는 잘못된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장애우들은 일반인들과 정신적, 신체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할 이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이 양의 장애우 사랑은 ‘사랑의 캠프’ 를 매년 꼬박 꼬박 참여해 온 사실에서 알 수 있다는 게 밀알복지홈 관계자의 설명이다.

뉴욕밀알복지홈의 김자송 단장은 “ 2박3일, 3박4일씩 장애우들과 함께 밥을 지어먹으며 생활하는 사랑의 캠프 프로그램이 어린 학생에게는 힘이 들텐데도 아무런 불평 없이 2년째 묵묵히 수행한 애나가 기특하다” 며 “더군다나 장애우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기계공학을 전공하겠다며 열심히 공부하는 애나가 장할 뿐 “이라고 말했다 . 실제로 이 양의 학교 성적은 평점이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받을 정도로 매우 우수한 편이다 . 특히 수학의 경우 지난 SAT에서 만점을 받았을 정도로 학교에서도 손꼽히는 수재로 통할 정도다 .

이 양의 아버지 이영환 씨는 “애나가 더욱 공부 열심히 해서 나중에 변호사, 의사 등 유명한 전문인이 되기를 바라는 게 솔직한 부모의 마음이지만 지극정성 장애우들을 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적극 밀어주기로 했다”며 말했다 . 이 양은 “ 일반인들과 장애우들이 함께 아무 꺼림낌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그런 사회적 분위기 조성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
싶어요” 라며 활짝 웃는다.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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