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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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로-거짓말

2007-08-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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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미국의 아이들은 참으로 정직하다는 것에 늘 대견스럽다. 애들끼리 싸움이 붙어 야단을 치면서 누가 먼저 때렸냐고 물으면 신기하게도 손을 들고 자백(?)하는 녀석들이 있어 기특하기만 하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어른스럽게 영특한 것에 비하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하여 귀엽다.
우리 어른들은 남들의 일에는 보고도 못 본 척해야 할 때가 있고 들었어도 모르는 척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남의 일에 참견을 잘못하다가 봉변을 당할까봐 비겁하게 느껴져도 할 수 없이 외면해야 한다.
이렇게 습관이 배어 자랐기 때문에 남의 잘못된 것을 지적하지도 않고 더욱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기보다는 적당히 지나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한다.
한인타운 길가에 자동차 후드를 열고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인들에게 선뜻 다가가는 사람들은 늘 타인종인 경우가 더 많다.
물론 항상 시간에 좇기며 살고 쑥스럽다고 생각하는 면이 더 많은 것도 우리네 정서이기는 하나 안타까운 일이다.
집을 매매할 때에는 셀러로서 자신의 집에 관한 모든 것을 바이어에게 공표하게 되어 있고, 사업체를 매매할 때에도 매상의 업 & 다운과 리스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게 되어 있으나 대충 넘어가는 우리네 미덕(?) 때문에 문제가 늘 발생한다.
특히 말을 않 한 것이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는 묘한 논리 때문에 마음을 상하는 일이 많고 서류에 남기지 않으므로 오해가 발생하곤 한다.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슬쩍 에스크로 오피서에게 운을 띄우면 에이전트와 상의를 하고 즉각 조치를 취하라는 오피서 권유에 늘 주저하는 손님들이 많아 난처할 때가 있다.
셀러의 경우는 만약 집에서 가족이 사망을 했다거나, 뒷마당에 공작새 등이 내려온다든지, 지진의 피해를 손본 적이 있다는 등을 문서화 해야하는 것이 절차이고, 사업체에도 빼곡하게 적힌 리스 조항 등에도 솔직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주변 상가의 유입이나 기계의 문제 등에도 오픈하여 밝혀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입을 꼭 다무는 경우가 많다.
바이어도 자신의 크레딧이나 자금 문제에 대해 솔직하지 못함으로 막판에 셀러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에이전트의 커미션에 눈독을 들이는 일도 있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에스크로가 끝난 후에도 바로 길 건너 새로이 생긴 팬시한 건물에 버젓이 같은 업소를 오픈한 셀러에 격분한 바이어로 소송이 생기기도 하고, 종업원들에 해놓은 입 단속이 제대로 안돼 에스크로가 취소가 되기도 한다.
타운에서 얼굴을 마주치게 되면 멱살잡는 일이 생기고 급기야 감정이 격하여져서 불행한 사태가 생기기도 하여 안타까운 일이다.
있는 그대로를 밝히고 오픈 함으로서 이해와 양해를 구하고 진심으로 바이어에게 잘 인수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의 셀러에게 앙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더욱 두둑해진 믿음으로 형제처럼 지내는 분들을 보며 흐뭇해지는 일도 있다.
에스크로 사무실에서 상반된 의견으로 부부싸움을 하는 분들도 있고 반드시 셀러와 바이어가 만나기를 꺼린다는 이유로 약속시간을 따로 잡는 일도 있으며 구두로는 밝히거나 약속을 해도 문서화하는 것은 절대 불가라고 고집하는 양측으로 기운을 몽땅 뺏기는 일도 허다하다.
문제가 많았던 에스크로로 잊혀지지 않던 셀러가 몇 달 후 찾아와 자신의 새로운 사업체를 같은 에스크로에서 하고 싶다고 할 때에는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자신의 매물은 대충 파는 것이 목적이나 자신이 사고자 하는 매물은 단단히 알아보고 사고자 하는 인간의 지극히 당연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통하고 정이 통하며 사는 것이 늘 낫다고 생각한다.
조금 손해를 보는 듯해도 거짓말하지 않아도 되고 좋은 사람 생기고 어디서든 떳떳할 수 있는 것이 보기 좋은 일이다.
오늘도 사무실에 들어와서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고 은밀(?)하게 얘기하는 손님들이 있을까 겁이 난다.
jae@primaescrow.com
(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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