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 칼럼-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007-08-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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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책들 가운데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라는 일본계 미국인이 쓴 이 책은 재테크부문에 있어 장기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책의 핵심은 기존의 학교 교육방법에 대한 새로운 반항 이였고 사고의 전환을 제시했다. 책 내용은 대략 이렇다. 기요사키는 하와이의 이민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서 안정된 직장을 갖고 가정을 꾸미고 평안한 인생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공부를 잘 하지 못했던 그는 친한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전혀 다른 가르침을 받았다. 정규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하와이에서 제일 부자가 되었던 친구의 아버지는 학교가 가르쳐 주지 못하는 금융에 관한 교육을 그에게 가르쳤다. 그래서 그는 가난한 친아버지와 부자인 친구 아버지로부터 가르침을 동시에 받으며 성장하였고 부자인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자기도 부자가 되었다. 그래서 기요사키는 그 책을 통해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새로운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기요사키의 주장에 공감한다. 키포인트는 세상은 변했고 그 세상을 지배하는 규칙도 변했다는 것이다. 세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낡고 진부한 교육에 연연하는 학교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걸맞게 학생들을 교육시키지 못한다. 교육전문가들은 현재 학교에선 21세기 학생들을 20세기 선생님들이 19세기 교육방식으로 가르친다고 지적한다. 지금 사오십대세대에게는 산업시대의 교육이념이 맞았고 학교에서 배운 데로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직장 잡아 평생의 삶을 안정되게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시대에는 ‘안정된 삶’은 오히려 ‘변화를 거부하는 낙후된 삶’라는 말과 상통하게 되었다. 제자리걸음은 후퇴가 되었다. 그런 삶은 은퇴시기에 접어들면 그 평가를 받는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65세 인구 100명을 기준으로 볼 때 한 명은 부자로 살고 있고 네 명은 나름대로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고 다섯 명은 아직도 일을 하고 있으며 오십 여섯 명은 정부나 가족의 경제적지원이 필요하고 나머지 서른 네 명은 이미 사망한 사람이라 한다.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산업시대에는 사람들의 나이가 들수록 가치가 높아지지만 정보시대에는 나이가 들수록 가치가 낮아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만큼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부자라는 이미지와 욕심쟁이란 이미지가 서로 섞여있는 것으로 교육을 받았다. 욕심쟁이는 나쁜 것이며 그래서 학교에서는 부자가 되는 교육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만 얻으면 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과거에는 옳았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시대에도 그 말이 맞는지 정말로 잘 생각해봐야 한다. 아울러 그 말의 이면에는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면 평생 부자가 될 수 없을 거라는 협박도 깔려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진리로 받아들인다. 어려서 배운 것을 부정하기는 정말 힘들다. 그래서 공부 못하면 패배자로 취급된다. 이젠 좀 바뀌어야 한다.
워런 버펫은 빌 게이츠와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부자 아빠이다. 그의 이야기가 이번주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커버기사로 났다. 그는 투자에 있어 천재로 알려져 있다. 만약 1956년에 천불을 그를 따라 투자했다면 오늘 그 돈은 이천 700만 달러로 불어났을 것이다. 이는 2만7,000배로 불어난 것이며 다른 뛰어난 투자가에 비해 이백 배나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그의 비결은 시대의 변화를 읽는 데에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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