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푸틴, 우크라전쟁 기로서 15일 대좌…휴전협상 상 차릴까

2025-08-14 (목) 03: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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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래스카 미군기지에서 트럼프 2기 첫 대면…우크라 대통령은 빠져

▶ 우크라 수용 가능한 휴전방안 마련 시 젤렌스키 포함 3자회담 연결
▶ 트럼프, 제재카드 실제 쓸지 관건…푸틴, 미러협력 논의 힘 쏟을듯

트럼프-푸틴, 우크라전쟁 기로서 15일 대좌…휴전협상 상 차릴까

트럼프 대통령(좌측)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대 기로에서 만난다.

두 정상은 15일 알래스카주 최대도시인 앵커리지 북부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대좌한다.

14일 양측 발표에 따르면 두 정상은 당일 오전 현지에서 일대일 회담을 한 뒤 양측 참모들까지 동석한 가운데 진행될 업무 오찬에서 협상을 이어간다. 회담 뒤엔 결과 공개가 있을 예정인데, 구체적 형식이 확정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양측 다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을 경우 공동기자회견, 그렇지 않을 경우 각각의 회견 또는 입장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집권 1기(2017∼2021년) 때 6차례 만났던 푸틴 대통령과 재집권 후 처음 대면 회담을 하는 것이고, 푸틴 대통령으로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처음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것이다.

그동안 동석 여부가 관심을 모았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다른 당사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일단 이번 회담에서는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언론 인터뷰 등 계기에 이번 회담의 성격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까지 참여한 가운데 휴전 또는 종전 합의를 하는 후속 협상의 상(테이블)을 차리는 협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전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지만 푸틴 대통령을 압박할 가장 큰 지렛대를 보유한 미국 대통령으로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합의 가능한 '절충 지대'를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재 자국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전황 속에, 지난 3년 반 동안의 전쟁에서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기득권을 최대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한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2021년 1월∼2025년 1월 재임)에 비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시간과의 싸움'이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포함한 점령지 대부분을 러시아 땅으로 편입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러시아 측은 이번 회담에서 미러관계 개선과 양국간 협력이 또 다른 중요 의제임을 강조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두 정상이 "무역과 경제 분야를 포함한 (미러) 양국 협력의 추가 발전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것"이라며 "이 협력이 엄청나고 안타깝게도 아직 개척되지 않은 잠재력이 있다는 데 주목하고 싶다"고 이날 말한 데서 그런 의중이 묻어났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안보와 관련한 핵군축, 경제와 관련한 북극 개발 등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질 만한 '거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트럼프의 주된 관심을 '휴전'에서 '미러 협력'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휴전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끌어내기 위해 '압박 카드'를 얼마나 사용할지 여부가 중요해졌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석유 주요 수입국 중 한 곳인 인도에 이른바 '2차 관세'(25%)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지난 6일 서명하며 27일부터 발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러시아산 에너지 등을 수입하는 인도에 이어 중국 등에도 일률적으로 2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러시아의 은행 시스템을 겨냥한 직접 제재 등이 사용 가능한 '채찍'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이번 회담에서 문제 해결에 이르지 못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제재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관계 개선시 기대되는 경제협력이나 '중국-러시아 갈라치기'와 같은 안보상 이익을 포기한 채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유보적 예상도 적지 않다.

아울러 두 정상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지도 주목된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탄약 등을 지원한 것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는 '혈맹' 수준으로 결속했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사흘 전인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통화한 것은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북미 정상외교 재개에 의지가 있다면 푸틴 대통령의 협조를 구하거나 동의를 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을 병력과 무기의 핵심 공급기지로 만든 푸틴 대통령이 전쟁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미관계 개선을 진심으로 바랄지 미지수라는 견해도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공적이지 못할 가능성을 25%로 제시하는 한편 미러 정상회담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포함한 3자회담, 거기에 유럽 국가의 일부 정상까지 가세한 다자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휴전 합의를 공식화하는 시나리오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3자 또는 다자 회담을 미러 회담에 이어 알래스카에서 '백투백'(Back to Back·연속 회담)으로 개최하는 것이 "가장 쉬운" 옵션이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등이 급거 알래스카를 방문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그와 같은 시나리오는 미러회담에서 도출될 휴전 구상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물론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동의해야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정보 당국의 브리핑을 청취하고,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와 백악관에서 사회복지법 80주년 관련 행정명령 서명행사 계기에 미러회담에 대한 목표와 원칙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외교, 국방, 안보, 경제, 사회 등 전 분야 고위 관료들을 모두 소집해 정상회담 준비를 점검하는 회의를 주재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미 러시아 대표단 선발대를 태운 특별기가 앵커리지에 착륙했고, 이례적으로 신속히 미국 비자를 받은 크렘린궁 담당 기자들도 이날 앵커리지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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