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셀나무/ 가려진 것 속에서 드러나는 것
2007-08-02 (목) 12:00:00
이집트는 국민의 80%가 모슬렘입니다. 거리에 다니는 여인들은 두 눈만 내놓고 검은 천으로 온 몸을 가리고 삽니다. 모슬렘의 법에는 여인들은 남편에게만 몸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외출할 때도 다 가립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려도 가릴 수 없는 것은 여인의 속성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슬람 여인들은 가려진 머리를 치장하기 위해 보여주면서 사는 우리네 삶의 몇 배의 돈과 시간을 들인다고 합니다. 따라서 잘 안될 것 같은 미장원도 성업이랍니다,
가려진 것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내놓고 사는 미국이나 서구인들의 삶을 보면 보여 지는 것에 신경을 덜 쓰고 사는 것 같습니다. 여인들은 ‘pony tail’이라는 고무줄 하나로 뒷머리를 달랑 묶고 삽니다.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미국 친구는 ‘pony tail’의 매력에 끌리는 날 결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속성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 하고, 멍석 깔아주면 오히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라마단은 모슬렘의 금식기도 기간입니다. 바늘귀에 실을 꿸 수 있는 새벽부터 실을 못 꿸 저녁까지 금식합니다.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습니다. 금식이라는 이름아래 가려진 인간의 본능은 해가 떨어지자마자 미리 차려놓는 음식을 배를 나오게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집으로 식사하러 가는 저녁에 과속차량이 너무 많아 일 년 중 사고가 제일 많이 납니다. 이 금식기간에 저녁부터 밤새 새벽까지 먹고 마시느라고 가정 경제가 타격을 받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 저축 상품이 나왔답니다. 못하게 하면 어디서든 터집니다. 신앙생활이나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가리면 가릴수록 속으로는 더 악화됩니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겉을 싹 가려 아무 죄도 없는 것처럼 삽니다. 그러나 뒤에서는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삽니다. 이와 반대로 겉으로 보이는 거울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고백하고 사는 사람은 속 보이는 사람 같아도 속에 꾸밈이 없습니다.
이집트의 현지 목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 곳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금방 깨달았습니다. 제가 지나가는 말로 “나는 실수가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했더니 “어떻게 목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그러면 성도들이 무시하시 않느냐”고 난리입니다. 가릴수록 속은 복잡해집니다. 드러낼수록 속은 간결하여 집니다. 꾸미지 말고 사는 삶, 간결한 삶이 그립습니다. 있는 대로 삽시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목사
삽화 : 오지연 일러스트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