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위를 잊게 하는 공포의 진미

2007-07-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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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집 / 기시 유스케 지음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라는 말에 동감하는 독자들이 얼마나 계실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계절이 따로 없겠지만, 워낙 더운 여름에 더위를 잊기 위해 몰두하는데 사실 추리소설만한 것도 없는 듯하다.
1997년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받고, 한국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 황정민을 주연으로 내세운 <검은 집>은 이번 여름에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추리 소설, 그중에서도 호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쇼와 생명 보험 교토지사에 근무하는 와카쓰키 신지는 어린 시절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고모다 시게노리라는 보험 가입자가 불만사항을 토로하며 방문을 요청하고 고모다의 ‘검은집’에 방문한 신지는 고모다의 아들 가즈야의 자살한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가즈야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을 느끼는 신지는 보험금 지급을 미루며 사건을 독자적으로 조사하게 된다. 점점 공포스런 과거의 여러 사건들을 발견하는 신지에게 점차 위험이 닥치게 되고 결국 신지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된다.
이 소설의 초점은 사이코 패스(PSYCHOPATH)이다. ‘사이코패스’란 한국의 유영철 사건 때문에 최근 한국에서도 꽤 알려진 단어이다. 이들은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일반인의 15%밖에 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감정에 무감각하고 살인을 저질러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단순히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 개념은 ‘반사회적 성격 장애’의 특징을 지닌다.
이 작품이 단순한 호러 소설로 끝나지 않는 것은 우리 주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이 작품의 현실성에 있다. ‘돈’을 위해 사람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의 모습을 기시 유스케는 ‘호러 소설’이라는 장르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정녕 무서운 것은 ‘물질’ ‘물욕’에 자신을 버리고 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이형열 / 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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