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유로움이 담긴 얼굴

2007-07-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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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 때 시장이나 거리에서 낯선 사람들로부터 ‘한국 사람이냐‘는 말을 가끔 들었다. 그리고 미국에 왔더니 이제는 만나는 사람의 50~60%가 나에게 ‘정말 한국 사람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미국에 와서 처음 미장원엘 갔을 때였다. 처음이라 어색하고 왠지 주눅이 들어서 한쪽 구석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미용사 역시 조심스레 오더니 뭐라고 어설픈 영어로 말을 걸었다. 그때 나를 데리고 간 분이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하니, “네? 한국 사람이었어요?”라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함께 한참을 웃었다.
식당이나 마켓에서 계산대 점원들의 인사는 늘 “하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안녕하세요”라고 하면서.
집에서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여보, 나 한국 사람같이 안 보여요?” “아니, 아주 한국 토종같이 보이는데”라는 남편의 말이 더 우습다.
딸에게 물어본다.
“얘, 엄마가 한국 사람으로 보이지 않니?” “내 눈에는 완전히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데요”
얼굴이란 때로 자신의 생각과 관계없이 남에게 보여질 때가 많이 있다. 사람이 나이 40세면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그러면 50세가 되면 자신의 전 인격에 책임이 있지 않을까?
여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나이보다 어려보이군요”라는 소리를 예쁘다는 말보다 더 좋아한다. 그러기에 화장이 아니라 분장, 아니 그 넘어 ‘변장’을 하고 다닌다.
머리는 늘 염색을 하고, 주름을 펴기 위해 얼굴의 피부를 당기기도 하며, 50세가 되어도, 60세가 되어도 주름 하나 없는 팽팽한 피부를 유지하려 애를 쓰는 여자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40세가 된 여자를 20대로 보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고, 50대에 들어선 여자를 “30대 인줄 알았습니다”라고 말하면 과연 좋은 것일까… 생각해 봐야겠다.
나이에 맞도록 늙어가는 모습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얼굴의 주름이 푸근함을 주고, 머리카락의 반쯤은 흰 색깔이 편안한 인상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젊어 보이는 것보다는 나이에 맞는 모습이 아름다움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가 “30대처럼 젊어 보여요”라는 말보다는 “인생의 여유로움이 있는 편안한 모습을 가지셨군요”라는 말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주름을 가리기 위한 화장이나 보톡스 맞을 생각보다는 나이에 맞게 생긴 주름을 잘 손질하고, 머리 염색약을 고르기보다 흰머리를 단정하게 빗으며 내 형편에 맞는 옷을 고르련다.

이영숙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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